문성근 “이명박 블랙리스트 범죄 전체 그림 밝혀낼 것”

문성근 “이명박 블랙리스트 범죄 전체 그림 밝혀낼 것”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9-15 09:52
수정 2017-09-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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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이 문구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가정보원 청사 앞 비석에 적힌 원훈으로 박근혜 정부 때 지어졌다. 그 전의 원훈은 이명박 정부 때 지어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 원훈석을 폐기처분했다.
배우 김여진씨와 문성근씨.  연합뉴스
배우 김여진씨와 문성근씨.
연합뉴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동원해 ‘댓글 공작’을 한 것도 모자라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연예계 인사 82명을 ‘좌파 인사’로 분류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또 이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 나체 사진까지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추구한 ‘무명의 헌신’이 뒤에 숨어서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고 합성 사진을 배포하는 일이었다는 것이 여과없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이 인터넷에 뿌린 낯뜨거운 합성 사진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뭐 이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면서 “‘일베’ 안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지 국정원에서 했을 거라고 정말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지난 14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 자체가 그냥 일베 수준이었다”면서 “일베 수준의 정권이 이런 난잡한 공작을 거쳐서 ‘일베2’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 보수 우파를 자처하는 ‘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대긍모) 카페 게시판에 문씨와 영화배우 김여진의 모습이 담긴 합성 사진을 게시했다. 두 배우가 침대에 함께 누운 합성 사진에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를 넣어 제작하고 올렸다.

국정원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연예인 블랙리스트’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은 심리전단이 ‘특정 연예인 이미지 실추 심리전’ 차원에서 문씨와 김씨의 합성 사진을 유포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문씨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피해 상황에 관해 조사를 받는다.

자신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를 묻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문씨는 “아마 2001년, 2002년 이 때 ‘노사모’ 활동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문씨는 “박근혜 블랙리스트의 경우에는 문화부까지는 확인이 됐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MB 블랙리스트 경우에는 원세훈 원장이 만들어서 대통령께 일일보고를 했다는, 대면보고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블랙리스트의 범죄 전체의 그림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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