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계자 첫 피의자 소환
검찰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를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에서 CFO를 지냈다. 이 때문에 김씨를 조사하면서 대우조선 비리에 대한 산업은행의 연루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압수물 분석과 동시에 전·현직 임직원 및 실무진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회계 비리의 ‘윗선’을 캐내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가 수조원대 회계 조작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해양플랜트 건조 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우조선의 주요 프로젝트에서 허위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재호·남상태 전 사장의 재임 기간인 9년 동안 발생한 해양플랜트와 선박 사업 등 500여건을 조사하며 수조원대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신문은 해외지사의 분식회계와 무리한 투자도 대우조선에 막대한 영업 손실을 줬다는 제보를 확보했다. 대우조선의 해외지사에서 각종 사업권 확보나 공장 설립, 현지 관계자 로비 등을 명목으로 회삿돈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미국 휴스턴 지사의 내부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제보 메일을 통해 “김모, 이모 등 현지 간부들이 분식회계에 가담하고 사업 수주를 위장 또는 과장해 대우조선에 막대한 영업 손실을 끼쳤다”고 전했다. 그는 “간부들이 ‘앙골라 프로젝트’ 등을 수주한다는 명목으로 회삿돈을 가져가 고급 차량 구입과 술집 유흥비 등에 탕진했다”면서 “실제로 수익을 올리긴커녕 과도한 접대비와 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만 입힌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을 국내로 송환해 자금 흐름을 낱낱이 추적하면 영업 손실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해외지사 쪽 비리까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혐의점이 있다면 (수사를) 검토하려 한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6-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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