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씨로 고지 의무 지켰다? 홈플러스 1심 무죄

1㎜ 글씨로 고지 의무 지켰다? 홈플러스 1심 무죄

입력 2016-01-09 00:06
수정 2016-01-0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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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장사’ 200억원 수익 챙겨 “도성환 前사장 등에 면죄부” 비판

경품 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고객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보험사에 넘겨 200여억원의 수익을 챙긴 홈플러스 및 전·현직 임원들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가 개인정보 제공 때 고지 항목 중 ‘제3자에게 유상 제공하는지 여부’는 포함되지 않고 개인정보 활용 동의 사항을 미리 알렸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1㎜의 깨알 글씨로 동의를 구한 데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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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
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법인과 도성환(61) 전 사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도 전 사장 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와 패밀리카드 회원정보 2400만여건을 보험사에 231억 700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 7000만원을, 도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개인정보를 제3자(보험사)에 판매한 것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지 ▲홈플러스가 응모권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 사항을 1㎜ 크기로 써 고객들이 사실상 읽을 수 없도록 했는지 ▲홈플러스가 고객에게 생년월일, 자녀 수 등 불필요한 정보까지 동의하게 했는지 등이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경품 응모권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고 개인정보 제3자 유상 판매 사실을 고객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홈플러스가 응모권 고지 사항을 1㎜ 크기 글자로 쓴 데 대해서도 “1㎜ 글씨는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다른 응모권이나 복권, 약관의 글자 크기도 대부분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품 수령과 상관없는 생년월일, 자녀 수를 쓰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품 추첨에서 배제한 행위는 “경품 행사는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제공할 목적이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가 보험사에 고객 동의 없는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넘긴 것을 현행법이 허용하는 ‘정보위탁’(기업 내부 간 개인정보 거래)으로 판단한 것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참여연대 등 13개 단체가 모인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의 기업 간 무분별 공유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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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1-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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