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변호사업계…가짜 ‘전문 변호사’까지 양산

‘무한경쟁’ 변호사업계…가짜 ‘전문 변호사’까지 양산

입력 2015-05-26 07:17
수정 2015-05-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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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2010년부터 일정 경력 갖춰야 ‘전문’ 용어 허용’승소 전문’ ‘집단소송 전문’ 등 황당한 광고로 유인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변호사 광고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도 하지 않고 ‘자칭’ 전문 변호사로 행세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이혼 소송을 하게 된 A씨는 인터넷으로 ‘이혼 전문 변호사’를 검색해서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B 변호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B 변호사는 상담도 성실하게 해주지 않았고 소송 자료 준비도 서툴렀다. A씨는 뭔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면서도 착수금을 이미 지급해 어쩔 수 없이 B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B 변호사는 제대로 변론도 못했고 재판은 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B 변호사는 이혼 소송을 몇 건 해보지 않은 ‘신출내기 변호사’였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이혼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지도 않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가짜 광고에 속아 재판에서 지고 돈도 날린 것이다.

2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변호사들의 전문성을 높여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변협은 전문분야 등록시 최소 3년 이상의 개업 경력과 해당 분야 사건 30건 이상 또는 이에 준하는 학위나 업무 경력 자료를 기준으로 심사해 ‘전문 변호사’로 등록을 해준다.

변협이 인정하는 전문분야는 민사·상사·형사·가사·행정·노동·조세·지적재산권·국제관계 등에 걸쳐 50여개로 분류돼 있다.

변협 전체 회원 1만6천340명 중 이렇게 심사를 거쳐 전문 변호사로 등록된 인원은 1천415명(8.6%, 이달 18일 기준)에 불과하다.

변협은 이들에게만 광고에 ‘주요취급분야’나 ‘전문’ 등의 용어를 쓸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2012년부터 한 해 새로 배출되는 변호사가 2천여명으로 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만큼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 분야를 마구잡이로 갖다 붙여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변협이 전문 분야로 분류하지 않은 ‘승소 전문 변호사’,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 ‘사기죄 전문 변호사’ 등 법조계에서 보기에도 황당한 광고 문구까지 등장하고 있다.

모 법무법인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승소, 변호사’를 검색하면 검색결과로 가장 위에 링크되도록 홈페이지를 노출하면서 “승소 전문변호사” “전문변호사 빠른 전화상담” 등의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 법무법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변호사 8명중 1명만이 변협에 전문 변호사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은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시행한 이후 2013년 등록 없이 ‘채권추심 전문’이라고 광고한 변호사를 처음 징계했다. 지난해에도 등록 없이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광고한 변호사에게 과태료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아직은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변호사에게 경고와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이를 듣지 않으면 징계를 논의하는 정도일 뿐, 변협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허위 광고 사례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다.

현재 통계로 잡힌 것은 없지만, 변호사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성을 내세운 허위·과장 광고가 크게 느는 추세라고 법조계는 전한다.

한 변호사는 “자칭 전문 분야를 내세워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실제로는 의뢰인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최근 많아져 변호사 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변협이 이왕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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