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혼인파탄 기혼자와의 성적 행위 불법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같은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난 기혼자와 불륜을 저질렀더라도 그 배우자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일 50대 남성 A씨가 이혼 전 자신의 부인과 불륜 문제로 얽힌 또 다른 50대 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부부가 아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장기간 별거하는 등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깨져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 제3자가 부부 한쪽과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불법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992년 결혼한 A씨는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부인과 불화를 겪다가 2004년 2월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A씨는 부인에게 “우리는 더이상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아들을 남겨 놓은 채 집을 나갔던 부인은 2008년 4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부인은 2006년 초 등산모임에서 알게 된 B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까지 하는 등 친하게 지내다가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09년 1월 자신의 집에서 B씨와 입맞춤과 애무를 하는 등 성적인 행위를 하게 됐다. 당시 집 밖에 있던 A씨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성적인 행위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A씨는 부인과 B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2010년 A씨 부부의 이혼이 확정됐고, A씨는 “B씨 때문에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B씨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부인이 장기간 별거로 혼인 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B씨를 만났고, 두 사람이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그 때문에 혼인 관계가 망가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애정 행위를 한 제3자는 그 사람의 배우자에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동생활이 이미 파탄 난 부부 한쪽과 성적인 행위를 한 제3자에게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개인의 성적 사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는 현재의 사회 인식을 반영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1일 서울신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