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난동’ 대부분 벌금형
지난 3월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A(50)씨는 기내에서 정해진 좌석에 앉지 않고 바닥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승무원이 좌석에 앉을 것을 권유하자 A씨는 “왜 깨우냐. 니가 뭔데”라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리고 손으로 가슴 부위를 치기도 했다.
다른 승무원이 나서서 “기내에서 승무원을 때리면 안 된다. 경찰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말리는 다른 승무원에게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조심해라”고 위협했다.
대전지법은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4월 기내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승무원을 때린 ‘라면 상무’ 사건이 불거져 사회적 논란이 된 이후에도 항공기 내 난동과 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대한항공이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5일에는 기내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승무원을 폭행한 40대 남성이 처음으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내 난동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항공보안법 46조와 23조 2항은 항공기 보안이나 운행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를 한 승객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2012년 제주발 김포행 항공기에서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폭언을 하고 항공기가 완전히 착륙하지 않았는데도 출입문을 열려다 이를 저지하려는 승무원을 폭행한 B(35)씨의 경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승무원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이를 말리는 다른 승객의 뺨도 때렸지만 처벌은 벌금형에 그친 것이다.
지난해 제주발 김해행 항공기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면서 큰소리로 욕설하고 소란을 피운 C(48)씨도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지역의 한 형사법관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항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실제로 발생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법관은 “다만 ‘라면 상무 사건’ 등으로 항공기 난동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제는 과거의 잣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