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사건’으로 맺은 악연 ‘세월호참사’로 재회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그 관련 회사를 겨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과 이른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가 27년 만에 다시 맞닥뜨리게 됐다.검찰은 지난 198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오대양 사건이 터지면서 구원파의 배후 여부를 수사하면서 구원파와 악연을 맺었으며,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양측은 또다시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됐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전방위로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23일 구원파와 관계된 종교단체까지 일거에 압수수색했다.
유씨 일가가 거느린 회사들을 추적하다 보면 결국 구원파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은 많았다.
하지만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회사 법인뿐 아니라 종교단체까지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일반의 예상을 넘는 속도다.
수사대상에 오른 유씨 일가 관련회사들이 다른 일반 기업집단과 달리 계열사간 지분이나 영업 관계뿐 아니라 구원파라는 종교적 구심점으로 엮여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종교단체를 수사한다는 데 대해 일단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4일 “사이비종교 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구원파 자체의 비위 사실을 보는 게 아니고 자금 흐름이나 경영 판단 과정을 추적하는 수사상 필요 때문에 압수수색했다”며 “종교단체가 연관돼 예민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엔 나서지 않지만, 여전히 신도들에게 추앙을 받는 만큼 경영진 대부분이 구원파 신도로 알려진 이들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은 1962년 장인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구원파를 세웠고 목사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검찰의 구원파 관련 수사는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세상을 경악게 한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이 나면서 검찰이 구원파가 그 배후인지를 집중 수사한 적 있다.
공예품 업체 오대양의 대표 박순자씨가 유 전 회장과 금전관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구원파가 오대양 사건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결과 구원파와 오대양 사건의 관계는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4년 뒤인 1991년 언론의 의혹 제기로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했지만 역시 연관성을 증명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후 세모그룹은 사기 혐의로 유 전 회장이 4년간 수감된데다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1997년 부도 처리되고 만다.
하지만 그 일가는 구원파 신도를 중심으로 세모그룹의 핵심 자산을 인수·양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어엿한 지주회사 체제로 부활했고, ‘세월호 참사’라는 희대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다시 검찰의 칼끝에 서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