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방·자궁 없앤 성전환증 환자 남자 인정”

법원 “유방·자궁 없앤 성전환증 환자 남자 인정”

입력 2014-03-31 00:00
수정 2014-03-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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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 ‘여’를 ‘남’으로 정정하라”

가족관계등록부상 여성이지만 유방과 자궁을 없애 생식능력을 상실한 성전환증 환자에게 남성 외부성기가 없더라도 정신적·사회적으로 남성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남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울산지법은 30대 A(여)씨가 제기한 등록부정정 신청에서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여’라고 기록된 것은 ‘남’으로 정정하라”라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출생 시 가족관계등록부에 여성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남자처럼 행동할 때가 잦았고 여자들 사이에 있으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해했다.

20대부터 혼자 살면서 여자들과 교제를 하기도 했고, 현재의 부인과 만나 결혼식을 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성적 정체성 장애로 2004년 유방절제술과 유두 축소술을 받은 데 이어 2009년 자궁적출과 양측 난소 난관 절제수술도 받은 뒤 지난해에는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매달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아 수염이 나고 목소리도 굵어 겉으로는 남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음경, 음낭, 고환 등 남성 외부성기를 형성하는 수술은 받지 않은 상태이다.

A씨 가족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의 정정에 동의하고 있다.

재판부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개정 가족관계등록 예규)은 성전환증 환자인 여성을 남성으로 성별정정을 하려면 남성의 외부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는 성전환시술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하며 비용도 많이 드는 남성 외부성기를 위한 성전환 시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가 가지는 인간 존엄,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적어도 여성을 남성으로 성별정정을 하는데 꼭 필요한 요건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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