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상책임 첫 인정 판결 “순환정전 방지할 수 있었다”
2011년 ‘9·15 대정전’ 사태로 인한 국민의 피해에 대해 국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이순형 판사는 임모(57)씨 등 6명이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입은 물질적·정신적 손실에 대해 총 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지금까지 법원은 대량 정전을 막기 위한 순환정전의 정당성 등을 근거로 한전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었다. 이 판사는 “한전이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6개 발전회사와 함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도모하고 순환단전에 관한 사전예고나 홍보를 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면서 “지식경제부 역시 전력거래소, 한전 등의 과실을 미리 인지하고 적절한 관리·감독을 통해 필요한 지시를 했다면 순환정전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순환단전으로 인해 폐사한 닭 1600여 마리와 전기공급 중단으로 오염된 식품공장의 식혜 등 물질적 피해에 대해 정부와 한전의 보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사는 또 순환단전으로 보호자도 없이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30분가량 갇혀 있었던 어린이 2명에 대해서도 각 1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앞서 한전이 2011년 9월 15일 예고 없이 5시간여 동안 전력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장과 엘레베이터가 멈추는 등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에 피해보상 신청하지 못했거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신적 피해 배상을 못한 피해자 6명을 모집해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3-12-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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