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보건의료인 새달 2일 총파업 예고
코로나 4차 대유행, 오늘도 계속되는 의료진들의 활약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총 155개의 병상을 운영 중인 일산병원의 5월 병상 가동률은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지만, 이날 오전 기준 가동률은 89%(138병상)에 달했다. 2021.8.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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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혼자 100kg 환자 옮기다 부상도
노조, 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등 요구
정부 “인력 기준 마련… 노조와 협의 노력”
간호사 김수영(42·가명)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6개월째 서울의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19년차 베테랑 간호사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방호복은 매일 입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입자마자 5분 만에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쏟아져 나오고 제대로 숨도 쉴 수 없다. 고글에 습기가 차 눈앞은 늘 뿌옇다. 과호흡과 어지럼증, 구토와 탈수 증상을 달고 살아 입맛을 잃은 지 오래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동에 들어가면 아무리 길어도 2시간 일하고 밖으로 나와 최소 2시간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기준마저 무너졌다. 김씨는 최근 두 달간 방호복 차림으로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음압병동을 쉴 새 없이 오갔다. 그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3차 유행 땐 확진자가 폭증해도 한 달 정도 견디면 끝났는데, 4차 유행은 너무 길어지고 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매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 가까이 쏟아지면서 의료 현장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 간호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8만여명이 가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파업까지 예고하면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보건 인력을 확충해 달라고 정부에 최후통첩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24개 지부 136개 의료기관에서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 8만여명의 약 70%인 5만 6000명이 파업을 예고한 셈이다. 보건의료노조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간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난 개선을 입 모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영상으로 현장 소식을 전한 한 간호사는 “제 몸무게가 45㎏인데, 홀로 100㎏에 달하는 환자의 기저귀를 갈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면서 “인력이 부족해 병가를 못 내고, 혼자 옷을 갈아입기도 힘든 어깨로 업무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의료인들 덕분에’ 캠페인에 힘을 얻었지만 지금은 모두 저희를 잊었다는 사실이 제일 슬프다”고 심정을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쟁의조정 기간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표를 거쳐 다음달 2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행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코로나 대응 인력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업이 진행되지 않게끔 노조와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08-1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