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결핵환자 나왔지만…감염 검사 안 받는 노량진 고시촌

또 결핵환자 나왔지만…감염 검사 안 받는 노량진 고시촌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7-12-22 22:28
수정 2017-12-2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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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확진 환자 800여명 접촉 확인

정부·학원은 결핵 검사 문자 보냈지만
학생들 “너무 황당…공부가 더 중요”
보건당국, 고시촌 전원 검사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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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보건소에 설치된 결핵 임시 검사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20일 만에 두 번째 결핵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대학결핵협회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 대한 결핵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보건소에 설치된 결핵 임시 검사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20일 만에 두 번째 결핵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대학결핵협회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 대한 결핵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서 최근 두 명의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번째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800여명에 달해 고시촌 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지만 학생들은 코앞에 닥친 시험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과 독서실로 나왔다.

22일 노량진 고시촌 길거리에는 이틀 전 결핵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로 붐볐다. 다만 결핵 예방용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장모(27)씨는 “학원은 로비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고, 주변 학생들은 감기 기운이 있으면 혹시나 결핵일까 봐 바로 병원을 찾거나 약을 먹고 있다”며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다들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무직을 준비하는 장모(35)씨는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하다 최근 독서실로 옮겼는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결핵 환자가 나왔다는 게 너무 황당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공부 외에 다른 데 신경 쓸 수가 없다. 친구들도 ‘우리 학원은 아니니까’라며 애써 침착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 다니는 A씨가 결핵 환자로 확진됐다는 신고를 받고 학원 내 접촉자와 주변의 검진 희망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한 결과, A씨와 다른 학원에 다니는 B씨가 결핵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 역학조사 결과 B씨와 접촉한 사람은 800여명이었다. 현재 보건당국은 접촉자를 대상으로 결핵검사와 잠복결핵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노량진 고시촌과 가까운 동작구 보건소 앞 임시 검진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박미선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장은 “12월 말까지 접촉자 800여명의 조사를 마친 뒤 1월부터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추가로 검사할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환자와 접촉했다고 통보해도 학생들이 검사받으러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첫 번째 결핵 환자의 접촉자 487명 중에서도 261명만이 검사를 받았다. 보건당국은 노량진 고시촌 학원생 전원을 대상으로 결핵 검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김모(29)씨는 “정부나 학원에서 결핵 검사를 받으라고 문자를 보내지만 주위 학생 대부분은 공부로 바빠 검사를 차일피일 미룬다”며 “결핵의 심각성이나 감염의 위험성을 학생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으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12-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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