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13) 다르지만 같은 남북 한의학

[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13) 다르지만 같은 남북 한의학

입력 2014-05-19 00:00
수정 2014-05-1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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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의학과 북한의 한의학은 얼마나 다르나요?”

북한에서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 생활을 하다가 대한민국에 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르기도 하고 다르지 않다고도 말한다. 무슨 대답이 그러냐고 의아해하지만 단정지어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남한의 한의학이든, 북한의 한의학이든 한의학은 전통의학이다. 다만 수십년 동안 남북한의 한의학이 각각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진료 형식이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재의 내용, 치료 방법들은 좀 달라졌다.

같은 한약재라도 한국에서는 주로 약재명으로 부른다. 반면 북한에서는 약재명과 고유의 식물명을 함께 쓴다. 그래서 얼핏 식물명만 들으면 전혀 다른 약재처럼 인식될 때가 많다. 북한은 또 한의학과 양의학이 한국처럼 극명하게 분리돼 있지 않다. 한방치료를 받든 양방치료를 받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 필요한 치료를 할 뿐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양방 치료를 받을지, 한방치료를 받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의사도 환자의 병을 고치다가 자신의 치료 행위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양방이든, 한방이든 환자를 위해 치료법을 바꾸는 것에 거부반응이 없다.

한국에 와서 양의사들이 종종 한의학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절대 한의원에 가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방치료든, 한방치료든 분명히 한계가 있다. 또 서로 다른 장점도 갖고 있다.

북한의 한의학이 남한의 한의학과 다른 점은 민간요법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의료환경이나 설비들이 많이 열악하다. 제약공장이 잘 가동하지 못해 제때에 약재들이 공급되지 못한다. 그래서 민간요법이 발달해 있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한국사람들은 가격이 싸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요법은 비싼 한약재 없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조건 민간요법을 배척할 게 아니라 검증된 민간요법을 가려내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함으로써 한의학이 생활 속 의학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05-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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