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억재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또다른 나, 癌

[심억재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또다른 나, 癌

입력 2011-06-27 00:00
수정 201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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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아니 어느 날 자신이 암 판정을 받았다면,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을 갖겠는가.

충격과 비탄, 절망감을 넘어 마침내는 “그래, 까짓 것, 한번 해보자.”거나 “암이 대수냐. 내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그래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주변의 암 환자에게는 “두려움 속에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끝까지 희망을 가져라.”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솔직히 그래봐야 달라질 게 있을까. 암 환자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스트레스다. 암 판정을 받는 그 순간부터 환자는 유·무형의 압박에 시달린다. 말이 압박이지 목숨을 건 스트레스다. 강도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런 환자에게 근거도 없이 나을 수 있다고 믿으라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족이나 친지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료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상투적 위로와 격려, 자신을 향해 전의를 다졌던 수많은 환자들이 결국 암과의 싸움에서 패퇴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암은 현실적인 충격이고, 절망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다는 것인가. 암과 싸워야 하는 자신이나 가족·친지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한번 더 솔직하자면 그런 의미없는 말로 환자에게 턱없는 부담을 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누군들 삶에 의지가 없으며, 누군들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암 환자가 평정하게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결과를 모르는 싸움이다. 힘내라, 이겨내라고 자극해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확신이 없다면 주변에 널린 상투적인 말로 환자를 자극할 게 아니라 “이 순간도 너의 삶이다. 맘껏 즐겨라.”라거나 “암이라지만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의연하게 말해 주면 어떨까. 암도 분명 자신의 일부이므로.

jeshim@seoul.co.kr
2011-06-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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