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체험학습 권하더니 이젠 통제
“위축시키기보다 안전한 환경 만들어야”경찰 통제 이어지는 강릉 펜션
19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 아라레이크 펜션이 이틀째 통제되고 있다. 이 펜션에서는 전날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8.12.1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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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내 다수 고등학교들은 전날 고3 학생들에 문자 등을 보내 “(강릉 펜션 사고의 여파로) 20일부터 학교에 다시 등교하라”고 전달했다. 대부분 학교에서 고3들은 수시합격자를 발표한 14일 이후 학교 승인 하에 개인 체험학습을 떠났거나 진로 체험을 하고 있다. 가족·친구와의 여행, 진로·진학 관련 활동을 개인별로 하는 식이다. 갑작스레 등교하게 된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말부터 1월 초까지 길게는 일주일 이상 딱히 할 일 없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
일선 학교들이 고3 등교 지시를 한 건 교육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사고 당일인 18일 시내 전 고교에 공문을 보내 “학년 말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고 개인 체험학습을 잘 관리하라”고 요청했다. 공문에는 ▲개인 체험학습 신청서에 교육적 의미가 담겼는지와 학부모 동의 여부 확인 ▲체험학습 때 안전 문제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지도 ▲체험학습 떠나는 학생·학부모와 연락체계 구축 등의 요구 사항이 담겼다. 또 교육부는 20일 일선 모든 고교에 공문을 보내 “개인 체험학습 관련 숙소 유형, 보호자 동행 여부, 허가 인원 등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서는 불만이 쏟아진다. 이번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은 펜션 측의 부실한 안전관리 등에 있는데 엉뚱한 개인 체험학습을 ‘공범’으로 지목한다는 것이다. 실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점검하고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끼리 장기 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가 비판받았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당국이 지금까지는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개인 체험학습을 권해왔다”고 지적했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아이들이 출석 인정을 받으며 학교 밖 세상을 경험하는 개인 체험학습은 매우 좋은 제도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을 다시 통제하려 하기보다 현장체험 장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교육부도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외 개인 체험학습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초·중·고 개인 체험학습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2-21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