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있는 교육 이야기] 기업에 필요 인력 조사후 학과 개설… 실업률 2% 싱가포르의 힘

[쓸모있는 교육 이야기] 기업에 필요 인력 조사후 학과 개설… 실업률 2% 싱가포르의 힘

유대근 기자
입력 2018-11-13 22:34
수정 2018-11-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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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국립교대 정호진 교수

“싱가포르에선 정부가 기업에 필요한 직군을 물어보고 이에 맞춰 전문대와 기술 학교에 학과를 개설합니다. 은행들이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사이버 안보 학과를 신설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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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진 싱가포르난양공과대 국립교대 교수
정호진 싱가포르난양공과대 국립교대 교수
정호진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국립교대 정호진 교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싱가포르 교육의 강점으로 산업과 교육 간 유기적 연동을 꼽았다. 기업이 필요한 만큼 인재를 키워 사회에 내보내니 특정 분야 인력이 크게 남거나 부족한 일이 적다는 얘기다. 이 나라의 실업률은 2%대로 완전고용에 가깝다. 강소국인 싱가포르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대졸 실업자가 넘치는 동시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대졸자도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푸념이 나오는 우리 현실에 시사점을 던진다.

●초교 졸업반 30%만 대학준비 과정에

정 교수는 “싱가포르에는 묻지마식 대학 진학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에서는 초교 때부터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고 수준에 맞춰 교육한다. 초교 6학년 때는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라는 졸업시험을 치러 중등학교 입학 기회를 준다. 전체 학생의 약 30%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속성과정(Express)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일반과정(Normal) 학교에 간다. 정 교수는 “일반과정 진학자 중 일부는 대학 진학을 준비할 수 있지만, 일반과정의 아카데믹(Academic) 트랙에서는 대부분 폴리테크닉에 진학하고, 테크니컬(Technical) 트랙에서는 대부분 기술 학교에 진학한다”고 말했다. 폴리테크닉은 우리의 전문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훨씬 세분화한 기술을 가르친다. 예컨대 휴대전화 수리, 수영장 관리, 3D 프린팅 기술자, 포토숍 프로그래밍, 에어컨 수리 등이다. 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는 학위 종류에 따라 임금 수준이 정해져 있다”면서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정서가 있고 엘리트 관료에 대한 신뢰가 강해 교육 정책에 대한 불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엘리트 관료 신뢰… 교육정책 불만 낮아

우리 교육과 달리 싱가포르의 교육 정책이 국민 신뢰를 받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소통이다. 정 교수는 “교육부가 향후 추구할 교육 정책이 어떤 방향인지 1년에 한 번씩 학교장들을 모아 세미나에서 투명하게 얘기하고 교장이 학교로 돌아가 교사 등 구성원에게 전달한다”면서 “현장에서 정부가 뭔가 감추려 한다고 느끼고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11-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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