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봄부터 국공립 교사 수급까지… 유치원 해법 ‘산넘어 산’

온종일 돌봄부터 국공립 교사 수급까지… 유치원 해법 ‘산넘어 산’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8-11-04 17:50
수정 2018-11-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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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사립은 종일반에 통학차량 운영…부모 “비리유치원 명단 찜찜해도 보내야”

국공립은 오후 5시까지만… “늘어도 고민”
병설, 초등학교 건물 임차 탓 종일반 눈치
교사수 두 배로 급히 늘리면 교육 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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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맞벌이 김모(39)씨 부부는 내년에 만 3세가 되는 딸이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다 걱정만 늘었다. 주변 국공립유치원은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에 있지만 해당 유치원이 통학차량을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방과후 과정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아 퇴근 전까지 아이를 봐줄 사람을 새로 구해야 하는 점도 고민이었다. 집 근처 사립유치원은 통학차량 운행에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주는 온종일 돌봄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비리 유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김씨는 “국공립에 당첨되더라도 걱정이고, 그렇다고 근처 사립에 보내자니 찜찜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공립을 늘린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통학버스나 온종일 돌봄 서비스가 없다면 결국 사립에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로 정부가 내년 국공립유치원 확대 목표를 기존 목표의 두 배인 1000학급을 증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국공립이 늘어도 고민”이라고 한숨을 쉰다.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통학버스 운행 등 사립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일 교육부와 유치원 현황 공시 사이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전국 4707개 국공립유치원 중 통학차량을 운영하는 곳은 2296곳(48.8%)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면 사립유치원은 전체 4088개 중 4031곳(98.6%)이 통학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7~9시, 오후 8~10시에 추가로 아이를 봐주는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실시하는 비율도 사립이 높다. 국공립유치원은 전체의 2.6%(123곳)만 온종일 돌봄을 하고 있지만 사립은 두 배에 가까운 274곳(6.7%)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봐주고 있다. 온종일 돌봄을 받는 유아 수는 사립이 3만 5715명이고, 국공립은 1만 6038명이다.

그런데 온종일 돌봄을 하는 국공립유치원은 대부분 단설유치원이라 혜택을 받는 지역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전국 국공립유치원(국립 3곳 제외) 중 병설은 4322곳으로 380곳인 단설보다 10배 이상 많다. 한 병설유치원 관계자는 “초등학교 건물을 임차해 쓰는 병설의 경우 장소 특성상 밤 늦게까지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공립유치원의 교사 수급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유치원 교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초 내년 국공립유치원 정교사 1018명을 뽑기로 했던 정부는 국공립 확대 방침에 따라 선발 인원을 늘려 발표할 예정이다. 배지현 성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현 정부 계획대로라면 기존에 목표치 대비 두 배의 신규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데 양적으로 급하게 인원을 늘리다 보면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치원 현장의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11-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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