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보조교사 충원? 수당·조기퇴근 다 잃어”

보육교사 “보조교사 충원? 수당·조기퇴근 다 잃어”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8-06-24 22:36
수정 2018-06-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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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 보장 6000명 채용

어린이의 식사를 돕는 보육교사. 서울신문 DB
어린이의 식사를 돕는 보육교사. 서울신문 DB
현장 모르는 ‘탁상 정책’ 반발
보조교사도 잡무만 담당 우려


정부가 다음달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어린이집 교사들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교사 6000명을 충원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휴게 시간을 주지 않는 대신 출퇴근 시간을 줄이거나 수당으로 보전해 줬는데 휴게 시간과 수당, 노동시간 단축 혜택을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조교사 채용 정책이 알려진 지난달부터 무려 70건이 넘는 비판성 게시물이 연이어 게재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이 정책을 공식 발표하자 논란은 더욱 격화됐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다수가 한목소리로 “보조교사를 채용해도 1시간의 휴게 시간을 보장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음달부터 보육교사도 8시간을 근무하면 반드시 1시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 지금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휴게 시간 특례가 적용돼 휴게 시간을 주지 않는 대신 초과근무 수당을 주거나 조기 퇴근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당 지급과 조기 퇴근이 불가능해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무 중에는 상관없지만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나 끝난 뒤에 휴게 시간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건강을 보장한다는 제도 취지에 따라 수당으로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느 직장인처럼 근무하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점심도 제대로 못 챙기는 형편에 돌봄 중 1시간 휴식이 가능하겠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복지부가 최근 “휴게 시간은 가급적 낮잠 시간, 특별 활동 시간, 아동 하원 이후로 하라”고 권고하자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졌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협조를 당부했지만 비판 여론이 가시질 않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보조교사 제도에도 강한 불신을 표했다. 보육교사 A씨는 “지금까지의 행태로 봤을 때 보조교사는 어린이집 꾸미기, 청소, 음식만들기와 같은 각종 잡무를 담당하고 ‘원장 보조교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교사 B씨는 “조기 퇴근이 사라진 ‘저녁 시간’을 누가 보상하나”고 반문한 뒤 “지방자치단체가 불시에 방문해 현실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어린이집마다 모든 원아를 돌볼 수 있는 ‘비담임 교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보육교사를 비롯해 9만 5000명이 동의했다. 정부가 보육교사 대체 인력에 원장도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자 원장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이 일어날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복지부는 당장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보육교사 휴게 시간에 한해 보조 교사를 투입하도록 규정을 개선했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6-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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