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만학도 “손녀 같은 멘토에 배워 성적 올랐어요”

팔순 만학도 “손녀 같은 멘토에 배워 성적 올랐어요”

유대근 기자
입력 2018-04-26 22:36
수정 2018-04-2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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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들, 4080 학생 학습 도와 “할머니들 눈빛 보면 자극받아”

“손녀 같은 여중생들한테 배우면 성적 오른다고 소문이 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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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 교실에서 서울여중 학생들이 어머니나 할머니뻘인 만학도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서울교육청 제공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 교실에서 서울여중 학생들이 어머니나 할머니뻘인 만학도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서울교육청 제공
장은실 서울여중 교사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학교의 ‘만학도 학습 멘토단’ 활동에 대해 설명하며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 학교는 3년째 인근 일성여중 학생들의 도우미가 돼 공부를 가르쳐 준다. 일성여중에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40~80대 만학도들이 다닌다. 올해도 서울여중 2·3학년 20명이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일성여중 교실을 찾아가 어머니나 할머니뻘인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 공부를 도와준다. 한 학기 동안 모두 10차례 수업(20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학도 여중생들은 “아이들에게 배우면 신기하게 선생님한테 배울 때보다 더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여중 학생들이 질문을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서 답해 주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적이며 성실한 아이들이 주로 멘토단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들도 배우는 게 많다. 멘토 활동에 참여하는 문지유(2학년)양은 “할머니들은 모르는 내용을 적당히 알아들은 척 넘어가는 일이 없고, 꼭 이해하려고 한다”면서 “그분들의 절실한 눈빛이나 말씀을 들으면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래 토요일에는 늦잠을 자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냈는데 멘토 활동 덕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거나 “가르치다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효과가 있다”는 학생들도 많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다 보면 정이 쌓이는 일도 생긴다. 장 교사는 “지난해 멘토단 활동을 했던 학생이 올해도 같은 만학도의 공부를 돕고 싶다고 해서 다시 연결해 줬다”고 말했다.

서울여중은 일성여중 축제 때 찾아가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교 하태진 교장은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마을결합형 학교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8-04-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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