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가 말하는 ‘손기정 한옥’의 의미…“인간 손기정을 기억해야”

건축사가 말하는 ‘손기정 한옥’의 의미…“인간 손기정을 기억해야”

이주원 기자
입력 2021-09-19 10:00
수정 2021-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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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건축사
박민철 건축사 박민철 건향건축사무소 대표가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starjuwon@seoul.co.kr
“올림픽 1등으로만 기억하던 손기정에서 벗어나 그의 삶 자체를 역사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손기정기념재단에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민철(60) 건축사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라톤 영웅’ 손기정(1912~2002) 선수가 살던 한옥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건축사는 10년 넘게 손기정기념재단을 도와 각종 기념사업을 자문하고 있다. 그가 손 선수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지인으로부터 손기정기념관 건립 사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당시 재단 사무실이 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대여섯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손 선수의 유품이 초라하게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박 건축사는 재단을 도와 기념관 건립에 앞장섰다. 비록 기념관은 그의 손으로 지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기념관의 그림을 여러 언론사에 홍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자 노력했다.

2017년 그는 손 선수의 유족으로부터 전통 한옥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있는 한옥은 1950년대 손 선수가 대목수를 섭외해 직접 지은 곳이다. 이곳에서 손 선수는 4년을 살며 1958년 도쿄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자이자 사위인 이창훈을 지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한옥을 처음 본 박 건축사는 단지 생뚱맞은 곳에 서 있는 ‘비석’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계획에 포함돼 사라질지도 모르는 한옥을 지켜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박 건축사는 “한옥 자체로만 보면 현대식 건물 사이에서 홀로 있기 때문에 건축적인 기능은 떨어진다”며 “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과 일어난 일들의 의미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치가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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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 선수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한옥. 손 선수가 당시 대목수들에게 의뢰해 직접 한옥을 지었다. 현재 이곳 일대는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 선수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거주했던 서울 용산구 한옥. 손 선수가 당시 대목수들에게 의뢰해 직접 한옥을 지었다. 현재 이곳 일대는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그는 한옥을 직접 매입하고자 했다. 한옥을 지방으로 옮겨 손 선수의 삶이 묻어난 유물을 전시하고, 그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을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10억이 훌쩍 넘는 액수에 결국 매매를 포기해야만 했다. 2018년 용산구에서도 매입을 시도했으나 가격 차이가 커 무산됐다.

박 건축사는 한옥이 손 선수를 보다 의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역사적 위인으로만 손 선수를 기억한다면 시간이 지나며 잊힐 수 있지만, 그의 삶이 묻어난 공간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긴다면 보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한옥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십억의 매매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을 줄이면서 건축물만 따로 이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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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건축사는 “‘1등 손기정’, ‘금메달 손기정’에서 나아가 현대에 맞는 손기정 브랜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생활 체육에 관심이 많은 현대 사람들에게 맞춰 손 선수의 식단이나 운동 방법, 그가 신던 신발 등 ‘손기정 레시피’가 들어간 아이템들을 개발해 그의 삶이 묻어난 한옥을 통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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