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교수는 1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70년대식 구호로 말하자면.. ‘입 닫고 추모하고 X 잡고 반성하자.’ 이게 이 사태를 대하는 ‘대한남아’의 적절한 태도라 사료됩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쓸 데 없는 논쟁. 분류학적 의미에서 ‘혐오범죄’인지 아닌지는 좀 다른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 구분이고, 중요한 것은 그가 ‘여성을 기다렸다’며 여성을 톡표로 특정했고 ‘여성에게 무시당했다’고 자기 행위를 정당화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에서 그것을 ‘혐오범죄’로 규정하든 안 하든, 그것은 그저 경찰학적 관심사일 뿐, 그 규정이 사건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죠”라며 “어느 쪽이든 ‘여성혐오’가 그 행위의 배경을 이루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가 일베 회원들처럼 일종의 확신범으로서 평소에 여성혐오의 언행을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여성에게 무시 당했다’는 것이 도대체 자기가 한 행위의 변명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 실은 그게 무서운 거죠”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다시 말해 범인을 정신질환자로 만든다고, 질환 없는 일반남성들이 반성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고, 범인을 일베 회원으로 만든다고 일베 아닌 일반남성들을 더 효과적으로 반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얘깁니다”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그가 환자라 하더라도, 피해망상이라는 정신질환에까지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정말로 섬뜩한 건 이 점이겠죠. 이건 의식이라는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이라는 심층의 문제이니까”라며 “70년대식 구호로 말하자면.. ‘입 닫고 추모하고 X 잡고 반성하자.’ 이게 이 사태를 대하는 ‘대한남아’의 적절한 태도라 사료됩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상가의 화장실에서 김모(34) 씨가 일면식도 없는 직장인 A(23·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해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