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의 관광객들 공항노숙에 상자 1개에 1만원 바가지, 배터리 충전 전쟁

제주공항의 관광객들 공항노숙에 상자 1개에 1만원 바가지, 배터리 충전 전쟁

황경근 기자
입력 2016-01-24 16:40
수정 2016-01-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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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이틀째 중단되자 주말을 이용해 제주에 여행 왔다가 고립된 직장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직장인 박모(44·서울시)씨는 “대기표를 받으려고 밤새 공항에서 노숙했는데 오늘도 항공기가 못 뜬다니 기가 막힌다”며 “회사에는 출근을 못할 거라고 연락을 해 놓았지만, 마음이 영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김모씨(56·대구시)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잠시 한라산 산행을 왔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됐다”며 “배편이라도 제발 뜨길 바랐는데 하늘과 바닷길이 모두 막혀 버리다니 너무 답답하다”고 안절부절했다.

제주공항에는 24일 이틀째 체류객 1000여 명이 노숙 아닌 노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종이상자와 신문지, 관광지도를 깔고 대기실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쪽잠을 청했다.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 전쟁도 벌어졌다. 배터리가 방전된 관광객들이 공항 내 전력장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만 했다.

제주공항 식당가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손님이 몰리면서 일부 업소에서는 재료가 동나기도 했고 공항 편의점은 한때 삼각김밥과 햄버거는 물론 과자까지 동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일부 항공사는 혼란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대기표를 발부하지 않자 승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모씨(56·서울시)는 “대기표가 나오지 않아 공항을 떠나 어디 가서 쉴 수가 없고 무작정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밥도 못 먹고 줄을 서 있는데 항공사 측은 ‘죄송하다’는 답변만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탕을 노린 바가지도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모씨(43·경북)는 “아이들을 공항 바닥에 재울 수가 없어 종이상자 1장에 1만 원씩 주고 4장을 구입해 펼치고 잤다”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진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또 최모씨(60·서울시)는 “공항에서는 도저히 노숙을 할 수 없어 택시를 잡으려고 보니 공항에서 신제주까지 4~5㎞ 가는데 10만원을 요구해 포기했다”며 “버스는 제때 오지 않고 제주도의 재난 대처 수준이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과 인접한 신제주 등의 숙박업소에서는 이틀째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제주도 관광협회 관계자는 “평소에는 거의 나가지 않던 신제주 호텔마다 비싼 스위트룸까지 모두 동이 나버렸다”면서 “시내 찜질방 등에도 고립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손님을 통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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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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