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올해 대포통장 집중단속해 640명 검거
지난 3월 광주에 살던 평범한 회사원 이모(37)씨는 저금리로 수백만원을 대출해 주겠다는 남성의 전화 연락을 받았다.돈이 필요했던 이씨는 망설임 없이 돈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물었다. 그런데 이상한 조건이 있었다.
그저 고속버스 수화물 서비스를 이용해 자주 사용하지 않는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면 돈을 입금해 준다는 것이었다.
개인정보가 담긴 통장과 체크카드라 조심스러웠지만, 돈을 대출해준다는 말에 끌려 이씨는 별다른 의심없이 자신의 통장을 건넸다.
이후 연락을 기다렸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받은 것은 돈이 아니라 경찰의 출석요구서였다.
그는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나서야 자신이 범죄 조직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그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금융권의 높은 대출의 벽에 가로막힌 서민들은 조건 없이 통장만 주면 수백만원을 빌려주겠다는 범죄 조직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돈을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타인에게 예금통장 등을 양도했다가 형사 입건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대포계좌(통장)의 명의를 빌려주거나 준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대포계좌를 통해 범죄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대포계좌 명의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경찰은 주의를 당부했다.
올 초부터 대포통장과 대포차, 대포폰 등 속칭 ‘3대 대포 물건’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까지 대포통장 사범만 640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코 넘겨준 통장이 범죄 집단에 의해 사용돼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모르는 사람에게 통장을 건네는 것은 범죄행위를 돕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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