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부터 외국계 기업까지’ 가짜인생 만들어준 20대

‘명문대부터 외국계 기업까지’ 가짜인생 만들어준 20대

입력 2015-05-10 10:25
수정 2015-05-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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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으로 졸업증명서·재직증명서 등 위조하다 철창행

가짜 인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그 꿈을 이뤄준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이 위조한 증명서를 받은 이들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아프다는 핑계로 예비군 훈련을 미루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김유랑 판사는 졸업증명서와 진단서 등 각종 문서를 위조·판매한 혐의(공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이모(29)씨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씨는 인천 남동구 자신의 집에 컬러프린터를 들여놓고 작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각종 문서를 위조해 건당 30만∼70만원씩 벌어들인 혐의로 입건됐다.

1년 동안 이씨가 위조한 서류는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검정고시 합격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진단서, 납세증명서 등 공문서와 사문서 80장이다.

이씨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재학·졸업증명서는 물론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같은 유명 외국계 금융기업의 재직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또 국내 고등학교의 영문 증명서를 비롯해 해외 대학의 학위 증명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씨에게 가짜 문서를 의뢰한 사람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한 의뢰인은 이씨를 통해 위조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로 대기업인 제일모직에 취직했고, 어떤 이는 어깨 관절 염좌 위조 진단서를 내고 예비군 훈련을 미루기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씨로부터 배우자 내용이 삭제된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아 간 이도 있었고, 성적이 나쁘게 나오자 가족들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성적증명서를 위조한 한국해양대 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은 한 50대 중년 여성은 자신의 학력이 낮다는 열등감 때문에 20만원을 주고 가짜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씨도 처음부터 남의 가짜 인생을 만들어주는 사기범은 아니었다. 한때 인력파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였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수천만원의 빚을 지자 범죄에 발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대학에서 관련 기술을 따로 배운 적은 없었으나 포토샵을 쓸 줄 알아 인터넷에서 문서 양식을 내려받아 위조문서 장사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졸업장 위조 광고를 올려놓고 ‘의뢰인’을 유치했고, 퀵서비스를 통해 위조문서를 전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조한 공문서가 25장, 사문서가 55장이나 되는 등 다량의 문서를 반복적으로 위조했으며, 문서 위조를 광고하고 돈을 버는 등 영업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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