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소방청 위험물안전과 주무관
“접근성 좋은 주유소, 안전 확보된다면연료전지 발전설비 경제·환경에도 유익”
규제 완화 건의 2년만 결실… 6월 시행
주유소 사고사례·연료전지 위험성 분석
철저한 검증으로 안전기준 도출·신설
사고예측 시뮬레이션에 실증 특례 추진
연료전지 1기당 521가구 1년치 전기생산
도심 한복판서 전력 자립도 향상에 기여
전기차 충전 직공급시 인프라 확대 도움
이기준 소방청 위험물안전과 주무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주유소에 수소 연료전지(발전설비) 설치할 수 있는 근거와 안전기준을 담은 ‘위험물안전관리에 관한 세부기준’(위험물안전관리법) 고시 개정이 이뤄졌다. 도심 한가운데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은 주유소에 연료전지 발전시설을 설치해 멀리서 전기를 끌어올 필요 없이 자체 생산으로 도심 전력의 자립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액화천연가스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시설 1개당 연간 발전량은 약 2444㎿h로 가구당 연간 전력량(4.7㎿h)를 고려할 때 521가구의 1년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주유소에 5기의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2500가구의 연간 전력을 거뜬히 생산해내는 ‘작은 발전소’가 생기는 셈이다.
애초 소방청 사고 우려에 엄격 제한
규제 관점서 에너지원 활용 발상 전환2021년 4월 주유소 내에 ‘연료전지 설치를 허용해달라’는 기업 측의 규제 완화 요청이 들어온 이후 지난 2년간 지난한 위험인자 분석과 안전성 시험 검증 끝에 마침내 안전기준을 마련해 규제를 푼 이가 이기준(사진·39) 소방청 화재예방국 위험물안전과 주무관이다. 소방청은 그동안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유소 사고시 대형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우려해 수소 연료전지 시설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이 주무관은 주유소를 바라보는 관점을 석유 등 위험물 취급시설이라는 규제적 관점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적 측면을 동시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주유소 현장 실사를 통해 주유소 내 연료전지 설치의 안전기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모습. 소방청 제공
이 주무관은 위험인자와 위험성을 토대로 사고 예측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 실제 설치·운영해보는 실증 특례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주유소 관계자와 연료전지 설치기업, 안전성 평가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수렴해 마침내 안전기준을 확정했다.
‘미래 친환경 주유소’ 확대 기반 마련
서울 주유소 3곳에 연료전지 5기 설치이렇게 ▲연료전지 주위에 방호담 설치 ▲30t의 연료전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 보강된 건축물 상부에 연료전지 설치 ▲지상 설치시 차량 충돌 방지를 위한 보호 설비 설치 ▲화재시 연료전지 원료를 수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동식 차단밸브 설치 등 연료전지 설치 안전기준이 신설됐다.
안전성이 담보된 ‘미래형 친환경 주유소’의 전국 확대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현재 서울 금천구 시흥동 SK박미주유소 등 3곳에 연료전지 5기가 설치돼 있다. 소방청은 앞서 주유소 내 태양광 발전설비와 전기차 충전설비 등의 설치를 허용했었다.
이기준 소방청 위험물안전과 주무관이 주유소 과거 사고사례 분석 등을 통해 도출된 위험인자를 토대로 사고 예측 시뮬레이션 등 연료전지 안전기준을 검증하는 자료들. 소방청 제공
소방청이 주유소 내 연료전지의 실제 설치·운영과 검증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해 실증 특례를 추진한 모습. 소방청 제공
전기사업법상 지금은 주유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모두 팔아야 하지만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차 충전설비로 쓰일 수 있도록 생산된 전기의 직접 공급이 가능해진다면 태부족한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 주유와 세차, 휴게음식점을 갖춘 현재의 주유소에서 나아가 연료전지 발전과 태양광 발전, 수소차와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미래형 친환경 주유소’ 조감도. 소방청 제공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