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 닫는 백병원… ‘토지 용도 제한’ 서울시와 갈등 불가피

결국 문 닫는 백병원… ‘토지 용도 제한’ 서울시와 갈등 불가피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23-06-21 00:51
수정 2023-06-2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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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학원 이사회, 폐원 안건 의결
“부지·건물 운영·처리는 추후 결정”

서울시 “병원 기능이 유지되도록
의료시설 외 용도 불허 방안 추진”

방침 강행 땐 상업시설 못 들어서
“사적 재산에 지나친 개입” 견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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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해 82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서울백병원(백병원)이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서울시가 병원 부지에 대해 의료시설 외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정해 폐원 과정에서 향후 서울시와 백병원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인제학원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인제학원은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백병원의 폐원 안건을 통과시켰다. 백병원은 이사회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 결과 백병원은 지속적인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로 의료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서울백병원 부지·건물의 운영 및 향후 처리 방안은 추후 별도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폐원 과정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시는 이사회 개최 직전인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이란 병원이나 학교 등 공공에 필수적인 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것으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용도 외 건축물이나 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시는 이번 폐원 결정을 교육부의 규제완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사립대학 재단의 유휴재산을 조건 없이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의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했는데, 이 개정안이 인제학원의 백병원 폐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백병원은 환자 감소 등으로 20년간 1745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명동에 위치한 백병원 부지는 약 2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서울시가 의료시설 외 용도를 불허하게 되면 폐원 이후 부지는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인제학원이 부지를 매각하려면 백병원을 다른 의료기관에 매각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시는 중구청에서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제출하면 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신속하게 절차 이행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시와 폐원 결정을 강행한 인제학원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시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서울시로부터 (도시계획시설 지정과 관련한) 공식 내용을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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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백병원이 종합의료기관으로서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적 재산인 만큼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폐원을 막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서울시에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등 백병원과 함께 해당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3-06-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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