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겪던 부친과 화해 후 미국 정착 도움받아
귀국 후 가족 눈앞서 부친 ‘비명횡사’ 충격
쓰러진 가족과 가업부담에 불안증세 마약손대
검찰도 극소량 사용 및 가족사 참작해 처벌안해
미국 회사에 다니던 30대가 자신이 피우던 대마초 상당량을 한국으로 들여오다가 공항 세관에서 적발됐는데도 검찰이 최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눈길을 끈다. 기소유예란 범죄의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정상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결정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홍모씨가 비슷한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기소된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다.기대 남달랐던 부친과 불화 겪었지만 화해 뒤 부친 사망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30대 회사원 A씨는 자신에게 기대가 남달랐던 사업가 부친과 극심한 불화를 겪다가 수년 전 미국으로 건너갔다. A씨는 미국 회사 취업 직전에 극적으로 아버지와 화해했다. 타지에서 고생할 아들을 위해 한달음에 미국으로 건너간 부친은 그를 위해 손수 밥과 빨래를 도맡아 하고 현지 정착을 도운 후 한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귀국한 부친은 며칠 만에 부인이 보는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했다.
충격으로 쓰러진 모친과 아직 어린 동생, 부친 사업까지 돌봐야 한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속적 불면증에 시달렸던 A씨는 결국 부담감에 자살을 시도했다. 심리치료마저 큰 효과가 없자 미국 동료에게 대마초를 권유받고 극소량을 사용했다. 이어 한국에서 사용하려고 짐에 넣었다가 공항에서 적발됐다.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것은 대마 액상카트리지 5개, 대마 연초 5개, 대마 그라인더 등이었다.
불면증, 불안증세로 대마초 손댔지만 약물치료로 호전뒤늦게 A씨의 불면증과 불안증세를 알게 된 가족들은 그에게 약물치료를 받게 해 A씨의 증세는 호전됐다. 소량만 사용한 탓에 마약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 A씨 부친의 사업은 외국과 거래가 많아 외국계 회사 취업을 통해 경험과 인맥을 쌓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마약 처벌 전력이 있으면 취업이 곤란해 가업 승계가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모친 등 가족들은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연로한 A씨 할아버지도 끔찍한 사고로 자식조차 잃었는데, 손자 앞길만은 막히지 않도록 기회를 달라고 수차례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올초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범죄의 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정상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결정이다.
“건강한 사회인 복귀 가능성 큰 여건 등 양형 요소 참작한듯”이 사건을 맡았던 지청장 출신 김우석 변호사는 “A씨의 안타까운 개인사와 극소량만 마약을 복용해 음성결과가 나온 점,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여건 등 여러 양형 요소를 두루 참작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씨를 미국인 공급책으로부터 액상 대마를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한 가운데 홍씨의 공범이 집에서 직접 재배한 대마. 서울중앙지검 제공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