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도, 계엄군도 모두 피해자”···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계엄군, 42년만에 만나 화해

“유가족도, 계엄군도 모두 피해자”···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계엄군, 42년만에 만나 화해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5-24 20:13
수정 2022-05-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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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피해 유가족·계엄군
42년만에 광주서 만나 화해의 시간
“우리가 너무 심했다” 계엄군 사죄에
“고통스러웠을 것 알아” 유족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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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의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오른쪽)씨가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당시 시위를 진압했던 제3공수여단 소속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의 사죄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의 포옹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화운동 계엄군과 피해자 가족들은 42년 만에 만나 당시 시위대를 대검으로 진압하는 상황을 계엄군이 증언하는 등 사죄와 용서의 시간을 가졌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 민주화운동의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오른쪽)씨가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당시 시위를 진압했던 제3공수여단 소속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의 사죄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의 포옹을 하고 있다. 이날 민주화운동 계엄군과 피해자 가족들은 42년 만에 만나 당시 시위대를 대검으로 진압하는 상황을 계엄군이 증언하는 등 사죄와 용서의 시간을 가졌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를 진압했던 계엄군이 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만나 42년 만에 사죄했다. 유가족들은 당시 명령에 따랐던 계엄군을 이해한다고 밝히면서 눈물의 포옹으로 이들을 용서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 19~20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오월어머니-트라우마 사진전’ 전시장에서 1980년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에 참가한 계엄군과 5·18 희생자 가족이 만나 사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24일 밝혔다. 전일빌딩245는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어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지닌 건물이다.

이번 만남은 1980년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 최모 일병 등 3명이 조사위에 피해자 가족을 만나 사죄하고 싶다고 밝히고 피해자 가족 10명이 이에 응하면서 성사됐다.

제3공수여단 소속이었던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피해자 가족을 만나 “우리가 당시 너무 심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너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는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을 끌어안으면서 “이제라도 찾아와 줘서 고맙다. 무참하게 죽은 아들을 만나는 것 같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피해자 가족에게 진압 당시 목격했던 장면과 대검으로 시위대를 찌르는 과정 등을 증언했다. 민주화운동으로 남편이 부상을 당했던 추혜성씨는 “그동안 유가족은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할 상대가 없어 하지 못했다”며 “우리도 피해자지만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내려왔던 계엄군도 또 다른 피해자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양심선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냐”며 계엄군에 용서의 뜻을 전했다.

만남의 장을 마련한 허연식 조사2과장은 “희생자 가족이 계엄군의 사죄와 고백을 받아 주고 용서해 준다면 더 많은 계엄군이 증언과 제보에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만남의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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