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동무에 길찾기까지...손자뻘 매니저와 병원 가는 날

말동무에 길찾기까지...손자뻘 매니저와 병원 가는 날

손지민 기자
입력 2021-12-28 21:14
수정 2021-12-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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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조손가정 등 서비스 제공
거동 불편하면 부축하고 진료 동행
지난 23일 서울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 정대건(왼쪽)씨가 위암 수술 후 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방수남씨와 동행하고 있다. 정씨는 넓은 병원에서 길을 찾기 어렵다는 방씨를 안내하고 접수와 수납 등을 대신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지난 23일 서울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 정대건(왼쪽)씨가 위암 수술 후 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방수남씨와 동행하고 있다. 정씨는 넓은 병원에서 길을 찾기 어렵다는 방씨를 안내하고 접수와 수납 등을 대신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지난 23일 오전 9시.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매니저 정대건(26·사회복지사)씨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홀로 사는 방수남(79)씨 자택 앞으로 찾아왔다.

지난 10월 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두 달 만에 검진차 다시 병원에 가야 했던 방씨는 넓고 복잡한 병원을 떠올리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방씨는 손자뻘 되는 매니저와 함께 수술 후 첫 병원 나들이를 했다.

정씨는 방씨의 병원 서류를 꼼꼼히 챙긴 뒤 휴대전화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방씨와 정씨의 모습은 영락없이 할아버지와 손자로 보였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40분 동안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부터 젊은 시절 사업했던 이야기까지 정씨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됐다.

할아버지가 가장 어려워했던 길찾기도 정씨 덕분에 수월했다. 영상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방씨가 어려움을 겪자 탈의실에도 함께 들어가 환복을 도와주고 벗어 놓은 옷도 대신 챙겼다.

방씨는 “수술 전후로는 대구에 있는 며느리가 서울을 오가며 병원에 함께 갔지만 이번에는 올 수가 없었다”면서 “병원에 가면 피를 뽑으라 하고 영상도 찍으라 하고 여기저기 가라고 하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1일에 한 번 더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때도 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와 같은 1인 가구는 서울시 전체 398만 가구 중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9%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아플 때 가장 서럽다’는 말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2020년 서울시 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홀로 사는 사람이 제일 힘든 점으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32.5%)이 꼽혔다. 노인 가구는 거동도 불편해 쉽사리 병원을 가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를 시작했다. 1인 가구,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가족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시민이 대상이다. 거동이 불편하면 이동할 때 부축을 해 주고 신청자가 원하면 진료를 받을 때도 동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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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요새 매일 1~2건씩 동행을 나가고 있다. 보통 60대 이상이 많이 신청하고 상급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 많이 이용한다”면서 “‘병원에 혼자 가기 무서웠는데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고마웠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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