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밀 누설한 내부자, 열에 일곱은 ‘창업·이직’ 활용

기업 비밀 누설한 내부자, 열에 일곱은 ‘창업·이직’ 활용

오세진 기자
입력 2021-11-18 22:40
수정 2021-11-1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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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영업기밀 유출, 자사 직원 연루 93%
범인 77명 중 일반직 46명으로 비중 최다
“중·하위직 처우 개선, 사태 예방에 필수적”

향후 창업, 이직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내부자가 10명 중 7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학술지 한국치안행정논집에 실린 ‘국내 산업보안범죄의 유형별 실태 및 시사점’ 논문을 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선고된 산업보안범죄(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고인 99명 중 피해회사 직원(내부자)은 77명으로 조사됐다.

범행 동기는 ‘자기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서’가 29명(37.7%)으로 가장 많았고 ‘이직에 활용하기 위해서’가 23명(29.9%)으로 뒤를 이었다. 두 범행 동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67.6%다.

같은 기간 검색된 판결문은 61건으로 이 중 내부자가 연루된 사건은 93.4%(57건)에 달했다. 내부자의 단독 범행은 절반이 넘는 32건이었고 내부자가 피해회사 접근 권한이 없는 외부인과 공모한 범행은 25건으로 집계됐다.

영업비밀 외부 유출과 관련한 범행 유형은 106개였다. 내부자에 의한 유출 행위와 외부자에 의한 유출 행위로 나눠 보면 전자가 98개(92.5%)로 압도적이었다. 이 중 내부자가 회사의 기밀을 경쟁사 등 외부의 제3자에게 고의로 누설한 행위가 58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내부자가 영업비밀을 반출한 뒤에 그 정보를 본인이 사용한 행위(34개) 순이었다.

피고인의 소속과 지위를 보면 내부자(77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직급은 일반 직원(46명)이었다. 경쟁사 측 피고인(18명) 중에서는 경영진(14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논문 작성자인 이장욱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내부 유출이 주로 중·하위직 일반직원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보안범죄의 주된 원인이 소속회사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여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내 보상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 노력은 일반직원에 의한 정보유출 예방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2021-11-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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