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국내 10대 기업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C+ 이하”

그린피스 “국내 10대 기업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C+ 이하”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7-08 14:44
수정 2021-07-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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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기업 총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성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각 기업의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10대 기업 총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성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각 기업의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국내 10대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평가한 결과 최고 점수가 ‘C+’일 만큼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조사는 지난 4월 12일~5월 7일 SK, 삼성, LG, 포스코, 롯데, 농협, 한화, 현대자동차, GS, 현대중공업(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산총액 기준) 등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린피스는 각 기업에 △사용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 여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목표 연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현재 계획 중인 전력 조달 방안 등을 물었다.

설문에 답한 기업은 44곳에 그쳤다. 삼성, SK는 전 계열사가 설문에 응한 반면 현대자동차, GS, 현대중공업은 전 계열사가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업 44곳 중 37곳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구체적인 목표 연도를 밝힌 곳은 25곳이었다. 그린피스는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가 미비한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설문 각 항목 응답 결과를 점수로 환산하여 합산한 결과 SK와 삼성이 가장 높은 성적인 C+를 받았다. 절반 상당의 계열사에서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및 이행 연도를 응답한 LG와 포스코는 D를 받았다. 나머지 대다수 그룹에서는 계열사 전체가 설문에 참여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답변하여 최하점인 F에 머물렀다. A와 B 성적을 받은 기업은 없었다.

그린피스는 국내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해외 기업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 가운데 최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 ‘RE100’에 가입한 곳은 지난달 기준 317곳이다. 이들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는 평균 2028년이었으며 애플, 구글을 포함해 이미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곳도 53곳에 달한다.

반면 현재까지 국내 기업 중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SK 6개사(SK하이닉스, SK텔레콤, SK홀딩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및 LG 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등 8개사뿐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주요 해외 기업은 자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넘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관련 법안 초안 공개를 앞두는 등 탄소 과배출 기업들이 더는 살아남기 어려운 국제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와 차기 대권주자들까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설문 조사 당시 미응답으로 최하점인 F를 받은 현대차그룹은 전날 5개 계열사(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에서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RE100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전력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 등의 계열사가 빠진 점이나 최근 현대건설에서 베트남 석탄발전소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한 점 등 현대차그룹 차원에서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에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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