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빈곤층 정신건강 위기 심화

코로나19로 빈곤층 정신건강 위기 심화

박찬구 기자
입력 2021-06-23 17:46
수정 2021-06-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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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초대 이사장 인터뷰
“폭풍전야 같은 마음
코로나 장기화로 2030 여성층 자살률 늘어
IMF, 금융위기 당시 2~3년 뒤 자살 증가
자살예방 예산 10배 정도 늘려야”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 통합, 지난 4월 출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초대 이사장이 2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취약계층의 자살예방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초대 이사장이 2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취약계층의 자살예방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제공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빈곤층의 정신건강을 위해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등 사회복지 시스템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사진·59) 초대 이사장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빈곤층이 자살에 더욱 취약한데도 예방적 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각 지방자치단체 희망복지지원단과의 협업을 강화해 복지 서비스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며,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자살사망자 6만명의 경제 상태를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연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급여를 적용받는 빈곤층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 발생률이 43.5명으로 일반인보다 1.5배 높았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경제 상태가 전년도보다 악화할수록 자살률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황 이사장은 “서울시의 찾동 등 복지 서비스를 보면 각 마을을 다니며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이때 자살 위험군과 정신건강보건센터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여성 청년층의 자살률에도 주목하고 있다. 황 이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직하거나 직업을 구하지 못한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크다. 또한 실직 후 육아·가사 부담이 늘거나 부부 갈등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2030 젊은층, 특히 여성 젊은층의 자살률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황 이사장은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면 2~3년이 지난 뒤 자살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면서 “코로나19 재난이 지나고서 어떻게 하면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지금 내 마음이 폭풍전야와 같다”고도 했다.

그는 자살예방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일본은 한 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자살예방 사업에 쓴다. 그러나 한국은 보건 예산의 0.05% 정도만 투입하고 있고, 국비 보조 없이 자발적으로 자살예방 예산을 확보하는 곳은 서울과 경기도 정도”라면서 “국가 예산 비율로 치면 지금보다 자살예방 예산을 10배 정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가족, 친구,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국민들이 자살 위기 징후와 경고 사인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상당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살예방의 핵심은 ‘보고, 듣고, 말하기’이다. 말을 잘 들어 주고 적절한 위로로 그분이 다시 희망을 갖게 해 전문가에게 연결해 준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위탁·분산 운영하던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통합돼 지난 4월 출범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황 이사장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용인정신병원에서 근무한 뒤 지난 3월까지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을 지냈다. 1996년에는 수원시 정신보건센터를 열어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사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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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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