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총각과 결혼하세요”...베트남 유학생에 결혼 권유한 문경시[이슈픽]

“농촌 총각과 결혼하세요”...베트남 유학생에 결혼 권유한 문경시[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6-04 11:33
수정 2021-06-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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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학생에 ‘농촌 총각 결혼’ 권유한 문경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베트남 유학생에 ‘농촌 총각 결혼’ 권유한 문경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농촌 미혼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
경북 문경시, 만남 주선 사업 추진
“명백한 성차별, 인종차별”
반발에 부딪혀 결국 중단
경북 문경시가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다는 사실이 4일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문경시가 발행한 국제결혼 관련 홍보물을 발견했다.

홍보물은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라는 제목으로, 이 홍보물은 행정사합동사무소로 보내졌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협조문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문경시로 공문을 보냈고, 시는 지난달 4일 공문을 통해 문경시가 발행한 문서가 맞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농촌의 인구 증가와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혼인 연령을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코자 하오니 많은 협조를 바란다”며 맞선과 교제, 출산, 보육과 관련한 문경시의 지원 내용이 담겼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문경시가 추진한 사업은 그 자체로 이주여성에 대한 성차별, 인종차별”이라며 “뿐만 아니라 세금으로 운용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민간 행정사에 요청한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적 국제결혼의 문제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경북 문경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경북 문경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베트남 유학생, 아무 남자하고도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만들었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뜻을 함께할 단체 및 개인을 모집한 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익인권법재단 등 64개 단체와 개인 143명이 서면으로 뜻을 함께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레티마이투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정 취지를 설명했으며 이후 베트남유학생들의 발언과 한국이주여성연합회 왕지연대표, 충북폭력피해이주여성상담소 정승희 소장, 유엔인권정책센터 임현희 팀장,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고기복 대표 등이 발언이 이어졌다.

베트남 유학생 A씨는 “우리 유학 비자를 가진 베트남 학생들은 꿈을 이루고자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며 “모든 베트남인들이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고 여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베트남 유학생 B씨는 “지방자치단체가 인구감소, 저출산, 노령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대책이 농촌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결혼을 추진하는 것이라니 너무도 모욕적이며 베트남 유학생 당사자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경시는 베트남 유학생은 마치 경제적 지원과 비자문제 해결만 된다면 아무 남자하고도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만들었다”며 “이는 여성을 농촌의 출산도구쯤으로 여기는 성상품화이며, 특히 내국인 여성의 대체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여성을 지목한 것은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백소윤 변호사는 진정 내용을 요약해 발표했으며 진정인과 대표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한 문경시장의 사과와 공무원에 대한 인종차별 방지 교육도 요구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경시는 “해당 사업을 중단하고 국가인권위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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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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