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당마저 거부한 게이입니다… 나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섰습니다

나는 성당마저 거부한 게이입니다… 나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섰습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31 20:36
수정 2021-04-0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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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총학선거 후보 이훈씨의 용기

동성애 고백에 다니던 성당서도 쫓겨나
김보미 서울대 총학회장 보며 용기 얻어
후보자 정책토론회서 동성애자라 밝혀


유명 정치인도 성소수자 인권 뒤로 미뤄
아픈 시간 견디는 사람에게 용기 주고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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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씨
이훈씨
“지난 1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소수자들에게 정말 가혹한 시기였어요.”

올해 성공회대 제36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훈(24)씨가 31일 ‘커밍아웃’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랬다. 이씨는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 전역과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물 훼손에 이어 최근 성소수자들의 잇따른 사망을 목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날 성공회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게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들의 삶에 희소식이 있었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저의 커밍아웃이 아픈 시간을 견디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기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일련의 비극 속에서 6년 전 일을 떠올렸다. 그는 “커밍아웃을 한 서울대생 김보미씨가 국내 대학 처음으로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며 “자신감이 없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김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다. 저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가려져 있기만 한 더 많은 성소수자들의 삶이 우리 사회에 가시화(可視化)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이씨는 2017년 평소 다니던 성당에서 커밍아웃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임 신부가 이씨에게 “아이들 곁에 너 같은 사람을 둘 수 없으니 성당에서 나가라”고 했다. 성당에서 쫓겨난 이씨는 “그때가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몇 달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는 이씨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준 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며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교내 인권위원회 활동을 했던 제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말한다는 것이 위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하고 육군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했던 2017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유명 정치인들도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면서 “언제까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울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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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4-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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