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사무범위 확대하고픈 지자체…경찰, “수족 부리겠다는 것”

자치경찰 사무범위 확대하고픈 지자체…경찰, “수족 부리겠다는 것”

이성원 기자
입력 2021-03-26 16:53
수정 2021-03-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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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서울신문 DB)
제주경찰청(서울신문 DB)
오는 7월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사무범위와 처우 규정 조례안 두고 갈등
일부 지자체, 청장 의견 들을 수 있다로
표준조례안에는 ‘들어야 한다’로 규정
“수사권 가진 경찰을 수족 부리려는 시도”
지자체 “무늬만 자치경찰 안 된다” 목소리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이 오는 7월 예정된 가운데 자치경찰의 인사·사무규정이 명시된 조례안 제정을 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경찰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충북 등 일부 지자체가 자치경찰 사무범위에 대한 ‘의견 청취’ 여부를 임의규정으로 두겠다며 강짜를 부리고 있어서다. 경찰청이 만들고 행정안전부와 논의한 ‘표준조례안’을 무시한 채 경찰의 사무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려는 포석을 두고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일선 자치경찰 소속 경찰관들은 부당하게 업무범위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26일 조례안 제정이 완료된 지자체는 인천·대전·세종·강원·충남·제주 등 총 6곳이다. 자치경찰 사무범위를 규정한 표준조례안은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내졌다. 각 지자체 상황에 맞게 조례안을 구성하되, 자치경찰 설립 취지에 맞는 표준을 안내한 것이다. 17개 시·도청 가운데 대부분은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수용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경찰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무범위, 복지처우 두고 제주서 갈등 심화앞서 문제가 됐던 곳은 제주다. 제주는 ‘생활안전·교통·경비 관련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등’을 규정한 제2조 2항과 운영세칙을 규정한 제7조 6항을 표준조례안과는 다르게 임의 규정으로 두려 했다. ‘사무범위 개정 시 제주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강행 규정에서 ‘들을 수 있다’인 임의 규정으로 바꾸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경찰청의 강한 반대로 사무범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바꿨지만, 자치경찰 운영세칙을 규정한 조항은 제주의 바람대로 임의 규정으로 정리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운영세칙의 경우 ‘관계기관의 의견을 청취해 위원장이 운영세칙으로 정한다’고 최종 합의했지만, 도 의회에서 임의 규정으로 의결돼 제주경찰청은 즉각 반발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실무협의회에서 최종 합의된 조례안을 제주도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례안을 도 의회에 제출했다”며 “도 의회 상임위에서는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 수정안을 상정해 가결했다”고 말했다.

충북서도 사무범위 변경 시 청장 의견 ‘들을 수 있다’아직 조례안을 제정 중인 충북과 경기도 역시 상황은 이와 비슷하다. 이 지자체들은 사무범위 변경 시 시도경찰청장의 의견 청취 사항을 ‘들을 수 있다’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충북은 자치경찰 복지와 처우를 두고도 경찰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표준조례안은 사무기구 소속 경찰공무원과 자치경찰 사무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지자체 예산 안의 범위에서 복지와 처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충북은 ‘사무국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앞서 조례안을 제정한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는 사무기구에 근무하는 경찰 공무원에 대한 복지·처우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조례안을 만들었다.

한 경찰관은 “이처럼 지자체가 임의규정을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지자체와 경찰의 협의 절차를 형해화하고 수사권까지 있는 경찰을 사병처럼 주무르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지자체도 지자체대로 불만이 많다. 앞서 인사·사무범위 규정을 지자체 뜻대로 할 수 있는 ‘이원화’ 모델 대신 ‘일원화’ 모델이 채택됨에 따라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달 전해철 행안부 장관을 찾아가 사무기구 조직 및 인력 등의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치안 서비스 불균형 방지 ▲자치경찰 관련 예산의 전액 국비 지원 ▲시·도지사의 자치경찰 법률안에 대한 의견제출권 보장 ▲자치경찰 이원화 체계의 전국적 도입을 위한 로드맵 제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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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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