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법 위반 아니랬다고… 친여 “결정권자 징계” 靑청원

박원순 피해자 법 위반 아니랬다고… 친여 “결정권자 징계” 靑청원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22 22:38
수정 2021-03-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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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호소에도 계속된 2차 가해

피해 사실 부인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
진중권 “2차 가해 말라” 저자와 설전도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성폭력 사건 피해자석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성폭력 사건 피해자석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2021.3.17 사진공동취재단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전면 부인하는 여권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자는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22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18일 “A씨가 기자회견에서 공직상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며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아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권 지지자들은 선관위의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를 선관위에 신고한 네티즌은 지난 20일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기자들을 불러 모아 대놓고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찍지 말라’는 메시지를 낸 공무원이 선거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어이없는 결정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글을 올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관위와 그 결정권자들을 징계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앞서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지난 17일 A씨와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8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A씨 기자회견)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을 찍지 말라는 것”이라며 “선거기간의 적극적인 정치행위”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과거 판례에 비춰 볼 때 A씨의 기자회견을 선거운동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6년 8월 대법원은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유권자들이 명백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거운동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해당 판례는 선거운동을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거나 선거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했을 때 A씨의 기자회견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피해 회복을 위해 열린 것인 만큼 선거운동의 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A씨의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을 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설전도 화제가 됐다. 손 기자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날 예정됐던 라디오 인터뷰가 취소됐다며 “제 인터뷰에 반론을 펴야 할 피해자 및 여성단체 측의 섭외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그 섭외, 나한테 왔었다. 그거, 내가 거절한 것”이라며 “왜? 공중파로 2차 가해를 하면 안 되니까”라고 반박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을 동등한 노동자,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성차별 문화가 결국 박 전 시장 사건과 같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유발한다. 이런 성차별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박 전 시장 사건을 남성 중심의 위계화된 정치 문화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지 않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음모로만 보는 것은 한국 정치를 계속 후진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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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3-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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