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농업계획서 이용한 투기로 수십억 차익…죗값은 집유·벌금형

허위 농업계획서 이용한 투기로 수십억 차익…죗값은 집유·벌금형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09 16:03
수정 2021-03-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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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경기 광명ㆍ시흥시 3기 신도시 예정지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산수유가 심어져 있는 모습. 2021.3.8 연합뉴스
사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경기 광명ㆍ시흥시 3기 신도시 예정지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산수유가 심어져 있는 모습. 2021.3.8 연합뉴스
경기 시흥·광명시 일대 3기 신도시 예정지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허위로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소유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앞서 민간사업자들도 시흥 일대에서 같은 방식으로 농지를 취득해 땅 투기를 한 사례들도 확인됐다. 이들은 수십억원의 매매차익을 거뒀지만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수백만원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농업경영 및 농산물 유통, 가공,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법인) 대표 A씨와 직원 B씨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시흥시청에 ‘농지에서 농업경영을 하겠다’는 내용의 허위로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시흥시 매화동, 장곡동, 하중동 일대의 농지 16필지(총 면적 3만 3197㎡)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속셈은 농지를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었다. 실제 이들이 얻은 매매 차익은 5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농사지을 사람만 농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는데 그쳤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C씨와 그의 배우자 D씨는 2017년 8월 주재배 예정작목을 ‘벼’로 하고 D씨를 ‘농업인’으로 허위 기재한 신청서 등을 제출해 시흥시 농지 2필지(총 면적 3973㎡)를 사들였다. 이후 C씨는 회사 직원 E씨와 공모해 같은 방식으로 2018년 7월 시흥시에 있는 2018㎡ 규모의 농지를 매수한 다음 되팔아 15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D, E씨는 각각 벌금 7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원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던 C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농지매입 경위나 그 후의 정황 등을 보면 농지를 이용하여 사실상 투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행위는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와 경자유전의 정신에 입각하여 농업인의 경영 안정 등을 도모하려는 농지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거래차익을 노리는 의도를 숨기고 관공서를 속여 농지를 샀다가 파는 투기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닌 중대사건”이라며 “한쪽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고 다른 한쪽에선 갖고 있던 땅까지 빼앗기는 상황에서는 공정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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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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