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장도 20대 청년도 ‘코로나 파산’

40대 사장도 20대 청년도 ‘코로나 파산’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0-09-22 21:06
수정 2020-09-2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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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개인 파산 신청 건수 급증

올 1~8월 파산 711건 ‘역대 최대’
개인 파산 신청 3만 3005건 달해
1년간 50대 이상 신청자가 81%

#1. 수도권에서 부품회사를 운영하던 40대 A씨는 얼마 전 청춘을 바쳐 일궈 온 회사 문을 제 손으로 닫았다. 올 초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감염병 때문에 회사가 망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특허를 여러 개 낼 만큼 기술력 면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본 수출에 주력했던 회사는 별안간 벼랑 끝에 몰렸다. 내수마저 꺾이니 방법이 없었다. A씨는 “파산을 피할 길이 없었다. 10년간 꾸린 기업이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 21세 청년 B씨는 얼마 전 인터넷 상담 사이트에 개인 파산 신청을 문의했다.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편의점 알바 자리조차도 씨가 말랐다. B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채만 늘고 있다. 당장 월세 낼 돈도, 먹을 것을 살 돈도 없는데 이 나이에도 파산신고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남겼다.

올해 들어 파산 신청을 한 법인 숫자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눈물을 머금고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폭증했다는 뜻이다.

22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711건을 기록했다.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626건)에 비해 13.6%나 증가했다. 2013년 수치(311건)의 두 배를 넘는다.

●“영세 자영업자 파산 신청 급증”

벼랑 끝에 몰리기는 개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개인 파산 신청 건수도 3만 3005건으로 2016년(3만 4431건) 이후 가장 많았다. 도산법연구회 회장인 김관기 변호사(김박 법률사무소)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 영세 자영업자들이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산 신청자의 다수는 50대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장래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회생을 신청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재산이나 권리를 모두 포기하는 파산을 선택하고, 고령자일수록 회생 가능성이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센터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시민 702명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 신청자가 80.7%에 달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해 개인파산 접수 건수(9383건)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신청인의 70.7%가 50세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위축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등 보편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정 업종만 콕 찍어 지원하면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법인과 개인의 파산 증가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지원·파산 신청자 재교육 필요”

법인과 개인 파산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파산은 경기 부진의 결과로 나타나는 만큼 경기 후행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백주선(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파산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급증세는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면서 “신청인들이 신속히 파산 결정을 받고 재교육 등을 통해 재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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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20-09-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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