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탄 킥보드 ‘무법 질주’ … 법 어겨도 처벌 조항 없다니

둘이 탄 킥보드 ‘무법 질주’ … 법 어겨도 처벌 조항 없다니

이성원 기자
입력 2020-08-09 21:54
수정 2020-08-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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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준 킥보드에 무리한 하중 가해
방향 조정·제동 어려워 안전사고 우려
사고 건수 447건… 3년새 3.8배 증가

올 12월부터 자동차 도로 통행 허용
승차 인원 제한했지만 실효성은 의문
둘이서 안전모도 안 쓰고…
둘이서 안전모도 안 쓰고… 이달 초 서울시내 한 학원가 인도에서 고등학생 두 명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킥보드를 함께 타고 있다.
“여자 두 명이 킥보드 같이 타고 올림픽대로 1차로 주행 중….”

지난 4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이 게시됐다. 이달 초 두 명의 시민이 서울 한강변 올림픽대로 1차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주행이 허용되지 않은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도 문제였지만, 작은 전동킥보드에 성인 여성 두 명이 탑승한 모습도 위태로워 보였다. 이 글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긴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최근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도심에서 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이 함께 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공유서비스에 이용되는 전동킥보드는 혼자 탑승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들도 반드시 1인만 탑승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둘이 탑승하면 전동킥보드에 무리한 하중이 가해져 방향조정과 제동이 의도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현재로서는 전동킥보드에 2명이 타더라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오는 12월 전동킥보드의 승차인원 제한 규정을 명시한 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9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사망 4명·부상 124명)에서 2018년 225건(사망 4명·부상 238명), 지난해 447건(사망 8명·부상 473명)으로 집계됐다. 3년 만에 사고 건수가 3.8배 증가했다.

전동킥보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오토바이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 안전모 등 보호장비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인도나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도 달릴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여된다. 올 12월에 시행될 개정 법률은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통행을 허용한다. ‘승차정원을 초과해 동승자를 태우고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여서는 안 된다’는 승차인원 규정도 명시했다. 다만 처벌조항은 빠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가 아닌 전기용품으로 분류돼 승차인원 규격은 따로 없고 전기제품 규격만 정해져 있다”며 “안전규정을 명시하는 도로교통법에서 승차인원까지 명시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승차인원 제한 규정만 들어갔고, 법이 새로 만들어진 만큼 처벌조항을 두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법적 제재가 없다고 해서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교통공학연구처장은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은 기본적으로 1인 탑승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장치로, 하중 초과 등 문제로 2인 이상 탑승 시 위험할 수 있다”며 “본인 스스로 안전에 유의하고 안전모 등 안전장비 착용을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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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08-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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