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7일 단행된 검사장급 간부 인사에서 검찰 내 핵심 4자리로 꼽히는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모두 호남 출신이 차지했다.
취임 이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부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까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성윤(58·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이 지검장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유력하다고 예측됐지만 유임됐다. 이 지검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등 남은 수사에서 윤 총장에 대한 견제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참모였던 조남관(55·24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윤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차기 검찰국장에는 전북 완주 출신인 심재철(51·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임명됐다. 심 부장도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지난 1월 ‘상갓집 항명’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불기소 의견을 냈다가 상갓집에서 후배 검사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은 각각 이정현(52·27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55·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맡는다.
이 차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나주 영산포상고를 나왔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의 지휘라인이기도 하다. 이 수사는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47·27기) 검사장이 여권 실세의 비위를 캐내기 위해 공모해 수형자를 협박했다는 ‘검언유착’ 프레임으로 시작됐지만 한 검사장의 공모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도록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권고까지 내리며,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차장이 이번 인사에서 영전한 것은 추 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반영한다.
신 차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고를 나왔다. 신 차장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이 수사 또한 심의위에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해 수사팀은 최종 처분을 고심 중이다.
검찰 요직에 친정권·호남 인사들이 약진한 반면 윤석열 사단은 지난 1월 인사에 이어 또다시 교체됐다. 추 장관은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도 강남일(51·23기) 전 대검 차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던 한 검사장, 박찬호(54·26기) 전 공공수사부장을 모두 좌천시킨 바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신문 DB
윤 총장 측근들이 또다시 뿔뿔이 흩어졌고, 사실상 추 장관 측 인사들이 대검을 점령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를 권고하는 등 윤 총장을 향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윤 총장은 더욱 고립무원에 빠지는 모양새다. 이 지검장의 유임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는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인사로 추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안이 발표되면서 이에 따른 검찰 조직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선임연구관과 기획관 등 대검 ‘차장검사급’ 직위가 줄어들 경우, 곧 있을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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