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이 혐오감 느꼈다면 ‘성희롱’

부하직원이 혐오감 느꼈다면 ‘성희롱’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7-21 01:50
수정 2020-07-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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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로 보낸 ‘속옷 셀카’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업무 외 사적 만남

단톡방 성희롱
단톡방 성희롱
양성평등 강사가 말하는 ‘위계 성희롱’

“동등한 관계에서 친밀함을 나타내는 행동과 위계 관계에서의 성희롱은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행위라도 상대방이 똑같이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박 前시장 두둔하며 조롱… 성희롱 이해 부족

기업과 공공기관 대상 양성평등교육 전문 강사인 이은희(58) 씨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이 근무 때 겪은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추가로 알리자 온라인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강도가 한층 거세졌다. 박 전 시장을 두둔하며 다른 사람과 팔짱 낀 사진을 올려 “나도 성추행범이냐”고 조롱하거나 고소인에게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고소인도 범죄자다”, “비서가 시장에게 속옷 정도 가져다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14년 동안 양성평등 교육을 담당해 온 이 강사는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등의 일반 ‘갑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성(性)과 관련해서는 왜 더 빨리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며 위력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꼬집었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성희롱 행위자가 상급자라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하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게 보고 있다. 이 강사는 “박 전 시장이 비서에게 보냈다는 속옷 사진의 경우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이 원래 소탈한 성품이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속옷 셀카를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공개한 것과 업무 외 시간에 개인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보낸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직장 관계자는 퇴근 후 메시지 자체가 잘못”

결혼한 상사가 미혼인 직원에게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데이트를 하고 싶다’ 등 성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발언을 하는 것도 위계에 의한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강사의 설명이다. 실제 늦은 밤이나 주말에 동료 여직원에게 업무와 관련없이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징계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한 과거 판결도 있다. 당시 재판부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이 강사는 “회사에 갓 들어간 어린 직원은 직장생활에서의 도움을 위해 당연히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는데, 상급자는 이를 이성으로서의 호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으로 친한 친구가 아닌 직장 내 관계에서는 퇴근 이후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는 교육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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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7-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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