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없어진 피해 호소인…진실규명도, 사과도 없었다

설 자리 없어진 피해 호소인…진실규명도, 사과도 없었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7-12 19:54
수정 2020-07-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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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속
신상털이·억측글 등 피해 호소인에 2차 가해
온라인엔 연대 움직임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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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시장 향한 ‘두 개의 시선’
故 박원순 시장 향한 ‘두 개의 시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발인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시청 앞에 지지자들이 남긴 조화와 함께 ‘황망히 가시니 더욱더 그립습니다’라는 등의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경우 피해 호소인의 설 곳은 어디일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이다. 그러나 답을 고민하기도 전에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온라인상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물론 여권 인사들이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 대신 “박 전 시장의 생전 공이 컸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이 피소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건은 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렇게 법적으로 피해를 규명하고 구제할 기회는 사라졌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의 유언장에조차 피해 호소인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었다.

12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 호소인을 ‘고소녀’라고 부르며 ‘누군지 찾아내겠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은 고소녀의 책임’이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고소의 배경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참에 남자 비서로 싹 바꾸자’는 등의 성차별적인 ‘펜스 룰’ 주장도 이어진다. 장례 공동집행위원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이날 브리핑을 통해 “피해 호소인에게도 박 전 시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라면서 “고인, 유가족은 물론 피해 호소인에게도 피해가 없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할 정도였다.

일련의 현상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최근 일어나는 일부 현상들은 피해 호소인에게는 엄청난 심리적·정신적 압박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도 ‘피해를 입더라도 침묵만이 여성이 지켜야 할 룰’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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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시장 향한 ‘두 개의 시선’
故 박원순 시장 향한 ‘두 개의 시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떳떳한 죽음은 아니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소가 마련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밖에서 지난 10일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팻말에는 ‘어떤 자살은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
이런 가운데 “피해 호소인과 연대하겠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박원순_시장을_고소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번졌고, 여러 여성단체에서도 속속 동참했다. 가장 처음 입장문을 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고,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면서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장례가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고 유력 인사들이 공적인 추모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생전 그가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이 사건이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기억되거나 미화되지 않도록 더 많은 시민이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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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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