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노환으로 별세
열세 살에 日 건너가 무임금 강제노동후지코시 상대 손배소 대법 판결 앞둬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이춘면 할머니가 지난 1월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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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는 이 할머니가 지난 26일 오전 0시 20분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열세 살이던 1944년 4월 “일본에 있는 공장에 가면 중학교와 전문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후지코시 측의 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를 거쳐 도야마로 간 이 할머니는 약속과 다른 현실을 맞이했다. 이 할머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씩 무임금으로 철을 깎거나 자르는 강제노동을 했다. 일본에서 배고픔에 시달리던 이 할머니는 1945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할머니는 2015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3월 1심에서 승소했다. 후지코시 측은 이 할머니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소멸했다며 항소했지만 지난 1월 항소심도 이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후지코시 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진영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할머니는 항소심에서 이겼을 때도 기뻐하지 않고 회사 측이 승복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화를 더 냈다”면서 “올해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대법원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몸이 안 좋아졌다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의 소송은 유족이 이어갈 계획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10-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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