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속 박기자 “무서울만큼 동일한 살인은 4-5건”

‘살인의 추억’속 박기자 “무서울만큼 동일한 살인은 4-5건”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9-21 11:11
수정 2019-09-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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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호씨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 전부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 있어”“당시 화성서 여성 살해되면 연쇄살인 리스트에 추가하는 경향 있었다”

“박 기자 안 보이네. 휴가 갔나?”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가 맡은 주인공 박두만 형사가 사건 현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내뱉은 대사다.

박 형사가 언급한 ‘박 기자’는 가상 인물이 아닌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1986년 9월∼1991년 4월)을 취재했던 박두호(67) 당시 경인일보 기자다. 영화에 배역을 맡아 등장하지는 않지만, 송강호의 대사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이다.

1986년 사건 발생 초기부터 1991년 마지막 사건까지 집요하게 현장 곳곳을 누빈 그는 영화 속 대사처럼 형사들 사이에서 꽤 ‘성가신 존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용의자와 일대일로 면담한 것은 물론, 피해자 부검 현장에도 참관하는 등 수사관들과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다.

박 전 기자의 이름 석 자는 살인의 추억 엔딩 크레딧에도 등장하는데, 영화를 제작하기에 앞서 그에게 직접 자문했던 봉준호 감독의 ‘감사 인사’였던 것이다.

사건 발생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박 전 기자는 피해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발견된 범행 장소, 수사관들의 이름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 전 기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이 화성 사건 유력 용의자를 특정했다는 소식에 개인적인 소회를 강조하기보다 ‘범인의 실체’를 놓고 취재 기자로서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박 전 기자는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가 전체 사건에 전부 관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몇 차 사건인지 정확히 꼽을 수는 없으나, 전형적으로 한 명의 범행 수법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화성에서 여성이 살해되면 연쇄살인 리스트에 추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범행 수법이 무서울 정도로 동일한 사건은 이 중 4∼5개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기자는 “이 사건을 오래 수사한 수사관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용의자를 특정해낸 경찰은 이 사람이 사건 리스트 중 어떤 사건과 관련됐는지, 동일한 수법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화성 사건과도 연관이 돼 있을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는 “화성 사건 당시 수사 기법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오류를 빚게 된다”며 “현장이 훼손되지 않게 보존하는 개념이 낮았고, 유류품 수습도 치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용의자 특정 소식에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동시에 ‘현대 과학이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며 “과학 수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바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이다. 기술 발전도 이때를 전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A(56)씨를 도와 화성사건을 저지른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증거물 분석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의 DNA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상태다.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A씨는 자신은 화성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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