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삼성 임원들 “문건 본 적 없다”, “기억 안 난다” 모르쇠

‘노조와해’ 삼성 임원들 “문건 본 적 없다”, “기억 안 난다” 모르쇠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8-27 18:18
수정 2019-08-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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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검찰이 지난해 4월 18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모습. 2018.4.18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검찰이 지난해 4월 18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경기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모습. 2018.4.18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 활동을 방해한 사건, 이른바 ‘삼성 노조와해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피고인 신분의 삼성 임원들이 검찰이 확보한 여러 문건들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자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는 27일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모 삼성카드 사장과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 내용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노사 전략을 토대로 임직원들로 구성된 종합상황실과 신속대응팀을 만들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와해 작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원 사장과 박 부사장은 이날 검사가 제시한 ‘노조 와해’ 관련 문건들에 대해 대부분 “본 적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특히 박 부사장은 자신이 참석한 ‘서비스 협력사 이슈 협의회’ 회의록 앞부분에 노사 문제와 관련한 이슈들이 자세히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회의록이 왜 저렇게 작성됐는지도 모르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두 피고인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협력사 노조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이슈가 진행되는지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변호인 반대 신문까지 마무리된 뒤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직접 박 부사장을 심문했다. 재판장은 “설마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자급에서 대놓고 위법을 행하진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무엇이 이슈가 돼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논의했다는 부분까지 부인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문건에 분명히 나와 있는데 다 안 했다고 하는 것인가. 노사 문제에 대해 무엇이 이슈인지 전혀 관심도 없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부사장이 “진행 상황에 대해 결과나 추이는 보고받았으나 인사 결정이나 전략 수립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하자 재판장은 “제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또 “실제 위법 여부는 다시 따져봐야겠지만 두 피고인의 진술을 보면 결국 다른 피고인인 목모 전 전무(과거 삼성전자 인사팀 인사지원그룹장)가 최종적으로 책임질 행동을 다 한 거냐. 목 전 전무 이상(윗선)으로는 불법적인 요소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거냐”고 물었다. 박 부사장이 “네”라고 대답하자 재판장은 “그렇게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재판장은 “아랫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러 윗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원망하는 마음이 있지 않은가. 지금 재판을 보니 아랫사람을 질책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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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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