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쉼없이 달려온 수요집회… 연대·평화의 장으로 거듭나다

27년, 쉼없이 달려온 수요집회… 연대·평화의 장으로 거듭나다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8-13 23:06
수정 2019-08-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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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34개 도시서 1400번째 집회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있는 첫 신고로 정대협, 1992년 1월 8일 첫발 내디뎌
1000회 때 ‘평화의 소녀상’ 건립 성과
70~80%가 청소년… 인권교육 산실로
할머니들 숙제 아닌 미래세대 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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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주제 집회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져 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로 1400회째를 맞는다. 1992년 1월 처음 열려 27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용기 내 고발한 할머니들과 역사적 아픔에 함께 분노하고 연대한 시민들이 똘똘 뭉쳐 이뤄 낸 결과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일제의 위안부 만행이 보편적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전시 성폭력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요시위에 국내외 많은 시민이 동참하게 됐다”며 “이제는 매주 시민들이 모여 연대와 평화를 외치는 상징적 집회가 됐다”고 말했다. 14일 집회는 한국과 일본 등 10개국 34개 도시에서 함께 진행된다.

수요시위의 역사는 1991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로 걸려 온 한 통의 신고전화에서 시작됐다. 김학순 할머니였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고전화를 개설했을 때 김 할머니가 첫 신고자였다”고 회고했다. 이 본부장은 “김 할머니는 ‘일본에 구걸하듯 사과를 받아 낼 게 아니다. 일본이 응당 사과해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당당하게 일본의 태도를 꾸짖었다”고 전했다.

피해 할머니들은 국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 내야 했다. 이 본부장은 “김 할머니가 증언할 당시에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위안부 피해 여성을 국가적 망신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위로나 공감은 고사하고 사회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조차 안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할머니들이 증언하실 때는 성폭력특별법도 없었다. ‘민족의 더러운 여자들’이라고 침을 뱉고 지나갈 때 용감하게 피해 사실을 드러내고 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시위는 김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36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정대협 주도하에 1월 8일 첫 시위를 열었다. 회원 30여명은 일본대사관 주변을 돌며 일본 정부에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 인정과 공식 사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 희생자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참석하지 못했던 할머니들도 용기를 내 7번째 집회부터 함께했다.

2011년에는 1000회를 맞아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정대협과 국제연대 단체들이 2012년 12월 대만에서 개최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김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증언한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하기도 했다. 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는 항의집회를 추모집회로 대신하며 비탄에 잠긴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수요집회를 이어 온 많은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올해 1월에는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도 별세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20명이다. 평균 연령은 91세다. 이용수(91) 할머니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 도중 연신 기침을 하며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활동을 멈출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14일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서울 남산에 설치되는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다. 그는 “우리는 30년 가까이 진실을 말해 왔는데, 일본 사람들은 계속 거짓말만 해 너무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 없는 수요시위’가 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한 사무총장은 “수요시위가 1000회를 넘어서면서부터 청소년 참여가 기하급수로 늘었다”며 “지금은 70~80%가 청소년이다. 인권과 평화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장으로 수요집회가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하는 이태준(28) ‘세움’ 대표는 “위안부 피해 문제는 할머니들의 숙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인 우리가 받아 안고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수요시위 현장에 서린 할머니들의 용기와 연대 정신을 계승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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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8-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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