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연합뉴스
연합뉴스
피해여성 A씨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김 전 회장을 고소하고 1년 뒤 언론에 뒤늦게 제보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고소를 해도 아무런 진전도 없고, 이렇게 알려야만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하게 됐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2016년 김 전 회장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근무했다. A씨는 “평소 한 번씩 이상하다는 걸 느껴 관리자한테도 얘기했다. 관리자는 ‘회장님이 원래 서민적이고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이 외국에서 나가서 한 서너 달 정도 있다가 왔다. 그때 음란 비디오와 책을 가지고 왔다. 나보고 방에 들어가라 하고 본인은 거실에서 TV로 비디오를 봤다”고 했다.
그는 “주말에 저녁 준비를 하는데 김 전 회장이 자꾸 와 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 앉았는데 자꾸 앉으라고 했다. 비디오 내용과 왜 본인이 그런 걸 보는지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성폭행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신고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때 형편이 너무 안 좋았고 몸도 너무 안 좋아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그러고 나서 (김 전 회장이) 아무 말을 안 했다. 그때부터는 신사가 됐다. 그러다 보름쯤 지나서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목소리에서 김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나 안 늙었지?”, “나이 먹고 더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라고 했다. A씨는 “하지 마라. 뭘 가만히 있냐”라고 저항했다.
A씨는 “어느 날 김 전 회장이 주말에 ‘뭐 하냐’면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또 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짐승처럼 보였다. 저도 모르게 막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당장 그만둘 테니까 내 몸에 손도 대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놀라서 나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김 전 회장 측이 사건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2200만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 측이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 그건 제 목숨을 걸고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별장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1월 고소당했다. 김 전 회장은 그보다 앞서 2017년 말에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그를 지명수배하는 한편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또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성폭행 건과 여비서 성추행 건 모두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조만간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