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우롱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강력 규제·처벌해야”

“소비자 우롱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강력 규제·처벌해야”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9-05-02 22:04
수정 2019-05-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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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不·On)한 회의] ‘임블리 곰팡이 호박즙’으로 본 인플루언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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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임블리’를 운영 중인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가 지난 16일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에게 사과하는 모습. 그는 이 영상에서 무성의한 대응, 제품 하자 등 각종 비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유튜브 영상 캡쳐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 중인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가 지난 16일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에게 사과하는 모습. 그는 이 영상에서 무성의한 대응, 제품 하자 등 각종 비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유튜브 영상 캡쳐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하면서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이 영향력 있는 SNS 크리에이터에게는 마치 연예인들에게 팬들이 몰리는 것처럼 구독자들이 구름처럼 몰립니다.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이 이들이 일상생활에 주목하면서 그들이 입는 옷, 사용하는 생활용품, 먹는 음식 등 접촉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런 ‘팬덤’을 바탕으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각종 강연과 행사에 초청도 받습니다. 여기에 직접 제품을 판매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파워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주먹구구식 기업 운영으로 ‘곰팡이 호박즙’ 논란 등 부작용도 속출했습니다. 이번 불온(不on)한 회의에서는 ‘인플루언서의 빛과 그늘’을 이야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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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임블리의 곰팡이 호박즙 환불 조치 공지. 임씨는 자신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 댓글을 삭제하거나 아이디를 차단하는 등 허술하게 대응해 논란을 키웠다.  임블리 인스타그램 캡쳐
지난 3일 임블리의 곰팡이 호박즙 환불 조치 공지. 임씨는 자신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 댓글을 삭제하거나 아이디를 차단하는 등 허술하게 대응해 논란을 키웠다.
임블리 인스타그램 캡쳐
부장:임블리가 ‘곰팡이 호박즙’ 논란에 사과다운 사과를 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현용:유명 쇼핑몰 ‘임블리’의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가 최근 사과문을 올렸죠. 임 상무는 “배송된 상품과 상품 소개 이미지가 다르다고 고객분이 항의를 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고객님의 오해라고 했고, 유명 제품들과 디자인이 흡사한데 독창적이라 했고, 물빠짐이 있는 제품에는 특별히 유의하시면 괜찮다고 했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임블리에서 판매하는 호박즙에 곰팡이가 발견된 건데, 창고 습도와 기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사건으로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안티 사이트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진호:그런데 임씨가 사과글에 “매출이 급감해 생존이 걱정된다”는 내용을 올려서 또 다른 논란이 일었어요. 네티즌들은 40억원짜리 집에, 1억원짜리 침대에 자면서 생존 걱정한다며 더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현용:지난해 1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생존부터 얘기하니 비판 여론이 생길 수밖에요. 처음부터 사과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어처구니없는 대처가 문제였습니다. “먹는 제품, 바르는 제품까지도 ‘내가 먹고, 사용했을 때는 괜찮았는데’라며 불만으로 치부하며 괜찮다고 했다”고 했으니 소비자들이 그냥 참을 수 있었을까요.

혜진:이 회사 전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물류창고를 고발한 사진도 SNS에 올라왔었죠. 올린 이는 습한 공간에 에어컨도 설치돼 있지 않는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회사 측은 현재 물류센터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문과 제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신뢰에 치명타를 입게 됐습니다.

유민:무성의한 소비자 대응, 제품 불량, 네티즌 고소, 탈세 의혹, 높은 가격 같은 문제가 연이어 터졌어요. 10여 가지나 되는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네티즌도 있을 정도지요.

현용:인플루언서의 위력을 과신했기 때문에 “내 영향력이라면 한두 개 문제나 논란 정도는 덮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허술한 대처를 했고, 문제가 커졌다고 봅니다.

진호:회사 운영에 대한 평가를 짚어 봐야 하는데, 그곳에서 일해 본 사람들이 회사를 평가한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임블리 얼굴’로 유지되고 있다거나 체계가 없고 가족회사라는 성격이 강하다, 야근이 잦다 등의 비판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사람들은 제품의 질을 보고 물건을 산다기보다 우선 임블리 이미지나 영상을 보고 물건을 산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영향력 하나로 성장한 회사가 제대로 된 체계나 운영 방식을 갖추지 않고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 영향력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다시 돌아온 것 아닌가 싶습니다.

혜진:이번에 논란이 된 임블리를 비롯해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의 질이나 관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부장:내 몸에 바르고, 내가 먹을 건데도 그런 덧씌운 이미지에 좌우된다?

혜진:한 얼짱(예쁜 얼굴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판매하는 속옷은 질이 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인플루언서가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너무 예뻐서 나도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산다고 합니다. 이런 반응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일반적인 유통 방식과는 다른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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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백화점 인플루언서 편집매장.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위상만큼 제품 관리나 유통에 신경쓰지 않아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신문 DB
서울의 한 백화점 인플루언서 편집매장.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위상만큼 제품 관리나 유통에 신경쓰지 않아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신문 DB
유민:임블리 외에도 SNS 구독자만 조금 생기면 공동판매를 한다고 나서는 인플루언서가 많아요. 요새 이런 사람들을 ‘팔이피플’이라고도 부릅니다. SNS를 하다 보면 업체에서 연락이 오고 대기업도 인플루언서들에게 협찬하고 그걸 자신의 SNS에 올리기만 해도 돈을 줍니다. 수백만원짜리 글인 셈이죠.

혜진:그러다가 뜨면 자기가 브랜드 이름 붙여서 하나씩 만들어서 팔고요. 처음에는 다들 그냥 일상의 모습을 소박하게 보여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하다가 구독자가 늘기 시작하면 갑자기 뭘 자꾸 팔겠다고 나서죠. 심지어 자신의 본래 콘텐츠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물건까지 다 팔겠다고 하죠.

유민: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구매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환불, 교환이 어렵고 구매도 일정 기간 내 ‘무통장입금’으로 하는 방식이 비일비재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도 예쁜 사람을 닮고 싶은 심리, 상술에 속아 넘어가게 되는 듯해요.

진호:제품과 관련이 없는 영향력에 기댄 반작용으로 과연 그 사람들이 품질 관리, 검수, 유통을 전문업체만큼 잘할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이 아이는 새로 나온 아이인데, 제품 특성상 습기 많은 날 쓰시면 안 되고요”, “제품 특성상 색상 오염이 잘 되고요” 이런 말 구매자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겁니다. ‘제품 특성’이라는 전제를 깔면 전문성 없어도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이죠.

유민:제품에 문제 제기를 하는데 그걸 ‘고객님 문제’라고 대처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조건적으로 약간 신봉하는 사람들이 같이 나서서 “우리 언니한테 너무 심하다”라고 하면서 방어해 주기도 하고.

현용:‘내가 키운 인플루언서인데 내가 문제 삼으면 안 되겠지’라고 소극적으로 나오는 거죠.

혜진: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기업에서 파는 물건을 사다가 품질에 하자가 생기면 ‘아, 이건 제품에 하자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탓하는데 인플루언서는 ‘개인의 인성’을 비판하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 대 인간’이란 느낌이 더 크기 때문에 비난은 훨씬 거세지게 됩니다.

유민:저는 이번 임블리 사건이 인플루언서들한테 깨우치는 계기가 됐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임블리가 그쪽 계통에선 선두권 업체였는데, 그동안 소비자를 봉으로 알던 인플루언서들도 좀 뜨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현용:유명 브랜드 베끼기 의혹이 불거진 ‘치유’와 광고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물건을 판매해서 문제가 된 ‘밴쯔’가 있습니다. 치유는 ‘자체 제작 제품’이라고 해명했고, 밴쯔는 심의제도를 잘 몰랐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포니’도 제품 표절 논란에 휩싸였는데, 일단 “법 테두리 안에서 제작했다”고 해명하긴 했습니다.

혜진:유명해진 일부 인플루언서 중에는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유통하는 법에 대해선 무지해 베끼기도 하고 관리도 엉망으로 하는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성 부족인 거죠.

현용:네. 그게 핵심이죠. 사실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더 앞서서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진호:하자가 있거나 베낀 물건도 엄청나게 팔리고 그만큼 돈은 벌지만 피해는 소비자가, 후폭풍은 직원들이 받는 문제도 있어요.

현용:그래서 인플루언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여 줘야 하는 거예요.

진호:정부도 움직여야죠. 책임감을 갖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국의 규제와 잘못에 대한 확실한 처분이라고 봐요. 전문성이 떨어져 망하는 인플루언서가 밑천이 드러나기 전에는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니까요.

유민:건강한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관심과 응원은 독이 되는 듯해요.

진호:문제 생겨서 회사 망해도 잘 먹고 잘사는 구조를 없애야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당국의 제대로 된 규제와 처분이 있어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정리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9-05-0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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