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찌든 옷, 집에서 안 섞이게… 작업복 세탁소 확산되길”

“기름때 찌든 옷, 집에서 안 섞이게… 작업복 세탁소 확산되길”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4-30 22:32
수정 2019-05-0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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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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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유해물질과 기름때에 찌든 작업복을 아이들 속옷과 함께 빠는 일은 없어야죠.”

문길주(47)씨가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 세탁소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으로 일하다가 광주 하남산업단지 내에 있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3년 무렵부터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를 돕는 근로자건강센터에는 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휴일을 앞둔 금요일에 상담받으러 오는 노동자들의 종이가방에는 늘 작업복이 담겨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일반 세탁소에서 유해물질과 기름때가 묻은 두꺼운 작업복을 빨아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져가 주말 동안 세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지난해 11월 광주 광산구의 조사에 따르면 하남·소촌·소촌농공·평동·진곡산단에 위치한 기업 109곳 중 63곳(57.8%)의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집에서 세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등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안에 세탁소가 있지만 중소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집에서 개인적으로 세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센터가 있는 하남산단에 2만 5000명의 노동자가 있는데, 이 중 2만명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작업복에 가득한 유해물질은 노동자와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곳이 99%라 그동안 회사 측에 말도 꺼내지 못했을 겁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못지않게 노동자들은 작업복 세탁 문제를 큰 애로사항으로 털어놓았죠.”

노동자들의 이런 고민을 알게 된 문씨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작업복 세탁소 설치를 화두로 던졌다.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하남산단 지역에 중소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공동세탁소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모든 후보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특히 이용섭 광주시장은 작업복 세탁소를 광주지역 7개 산단에 모두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작업복 세탁소 설립 추진은 다소 더뎌졌다. 오히려 광주에서의 이슈를 벤치마킹한 경남도가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김해에 작업복 공동 세탁소를 만드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근 광주에서도 작은 진전이 있었다. 지난 26일 광주시의회에서 작업복 세탁소 용역 연구 예산이 일부 깎이긴 했지만 통과된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실망한 적도 있지만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게 돼 다행이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 세탁소가 광주와 경남뿐 아니라 경기도 안산 등 산단 지역으로 확산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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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5-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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