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세먼지라던 그날 “마스크도 없이 일하라네요”

최악의 미세먼지라던 그날 “마스크도 없이 일하라네요”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1-15 22:14
수정 2019-01-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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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택배·건설·주차 등 야외 노동자

미세먼지 경보 땐 마스크 받아야지만…
사업주들은 ‘불필요한 지출’ 인식 많아
대다수 “일하면서 마스크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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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에 사흘 연속 짙은 미세먼지가 덮쳐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에 사흘 연속 짙은 미세먼지가 덮쳐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호사들한테 마스크 빌리는 것도 눈치 보여서 더는 못하겠어요.”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과 중국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과 중국 어스널스쿨(세계 기상정보 지도)로 확인한 15일 오후 2시 한반도 대기 상황. 우리나라와 중국이 뿌연 미세먼지로 덮여 있다. 이날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뉴스1
최악의 미세먼지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15일 오전 서울 한 병원의 청소노동자 김모(46·여)씨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 병원 안팎을 오갔다. 미세먼지 때문이 아니더라도 균을 만지고 먼지를 직접 마시는 청소노동자에게 마스크는 필수 장비다. 김씨는 “비정규직에겐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평소에도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한다”고 전했다.

같은 병원 외곽에서 폐기물 등을 운반하는 최모(54)씨도 전날에 이어 이날도 중환자실 면회객에게 나눠 주는 일회용 마스크를 빌렸다. 최씨는 “일반 마스크라 미세먼지를 제대로 막지는 못하지만,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폐기물 운반 때 감염 위험이 있어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고 용역업체에 말했지만 병원과 맺은 계약서에 장비 지급에 대한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업체가 노동자를 걱정해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챙겨 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청소·택배·건설·주차 등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마스크는 필수 장비다. 정부가 지난 6일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단계부터 옥외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건강보호 조치를 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이유이기도 하다. 14~15일처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발령 사실을 알린 뒤 마스크를 쓰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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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일은 드물다. 용역업체들은 마스크 구입비조차 ‘불필요한 지출’로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눈이 따갑고 목에 가래가 걸린 듯 칼칼하다”고 하소연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반복해서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 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직접 지키는 수밖에 없다. 연세대에서 일하는 한 주차관리 직원은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마스크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며 “14~15일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내 돈으로 마스크를 사서 썼다”고 한탄했다. 그는 “미세먼지가 지나고 나면 한파가 몰려든다는데 그 또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노동조합들은 최근 휴식시간 확대와 마스크 지급 등을 단체협상 안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미세먼지주의보 때 방진마스크를 지급하고 한파주의보 때는 추가 휴식시간을 주도록 규정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회사가 준수하도록 하는 단체협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9-01-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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