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치고 ‘#우정여행’ 떠난 학생들…가스누출에 산산조각

수능 마치고 ‘#우정여행’ 떠난 학생들…가스누출에 산산조각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19 09:38
수정 2018-12-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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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 후 새벽까지 우정 나눴을 학생들…하루아침에 참변

힘들었던 입시 생활을 떠올리며 새벽까지 우정을 나누며 웃고 즐겁게 지냈을 고3 학생 10명 중 3명이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변이 발생한 강원 강릉 아이레이크 펜션. 연합뉴스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변이 발생한 강원 강릉 아이레이크 펜션. 연합뉴스
살아남은 학생 7명도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은 학생들의 수능 후 첫 여행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지난 17일 강릉을 찾았다.

밝은 아이들이었다. 부모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19살 아들이었으나 이제 곧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한 발짝 내디딜 예비 사회인이었다.

긴 입시 터널을 지난 이들이 대입 결과가 나오기 전 약간의 한가한 틈을 타 스트레스도 풀고 바람도 쐴 겸 선택한 곳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이었다.

학교에는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보호자 동의까지 얻었으며 부모들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아이들을 위해 숙박비를 내줬다.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에서 17일 정오께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실었고, 이날 오후 3시 45분께 펜션에 도착했다.

열차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우정여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셀카 사진과 탑승권 사진을 올리며 여행 소식을 자랑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2층짜리 펜션 건물 전체를 빌렸다. 이들이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였다.

학교, 학원, 집 등 익숙한 곳을 떠나 마음껏 놀고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듯 했다.

학생들은 오후 7시 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이튿날인 18일 새벽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진술로 미뤄보아 수능 후 첫 여행이라는 달콤함에 밤을 새울 각오로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기쁨도 잠시, 학생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18일 오후 1시 12분께 업주 등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없었다. 누군가 침입해서 학생들을 숨지게 했을 정황도 없었다.

학생들을 생명을 집어삼킨 원인으로 ‘일산화탄소’(CO)가 지목됐다.

소방대원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 결과 펜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다.

학생들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가 참변을 당했을 확률이 높은 이유다.

사고 치지 말라고, 다치지 말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학부모 도안구(47)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기사를 보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가슴이 찢어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라고 했다.

도씨의 아들은 경찰·소방당국의 초기 발표 당시 사망자 명단에 있었으나 인적사항 확인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왔다. 제 아이는 죽었으니까 다른 아이 명단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바랐다”는 도씨의 말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고 일어났다가 갑자기 친구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얘기를 받아들여야 할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받아들여야 하는데…”

부모들은 치료를 받고 깨어날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염려하며 온전히 의식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보호자 대기실에서는 학부모와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친인척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부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했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강릉시청에 마련된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학생 1명은 최소한의 대화가 가능하고 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됐다.

현재 의사 소견으로는 최대 1주일 집중적인 치료를 하고 앞으로 경과를 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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